“50년 전 엑스플로 성회의 은혜, 내 믿음의 원천”

입력 2024-06-20 03:02
한국교회 청년부흥의 불씨를 댕긴 ‘엑스플로74’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전 품었던 믿음의 초심을 돌아보면서(Remember) 부흥을 향한 믿음을 재가동(Reboot)해야 할 때다. 반세기 전 현장을 누볐던 믿음의 선배들과 지난 역사를 통해 캠퍼스 선교의 미래를 전망해본다.

1974년 8월 중순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엑스플로74 대회 전경. 32만여명이 등록했다. 박영률 목사 제공

1974년 그는 수의대 학생이자 스물일곱의 ‘교회 오빠’였다. 그해 8월 서울 구경을 겸해서 상경했다가 참석한 엑스플로74 대회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터닝포인트였다.

그는 “김준곤(1925~2009) 목사님이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는데 그 말씀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면서 “예수님과 나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도 김 목사님의 목소리가 너무 선명해 가슴이 뛰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로부터 파송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사가 됐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가 극심했던 이 나라에서 최초의 유색인종 출신의 남아공CCC 대표를 맡기도 했다. 김종식(77) 선교사의 얘기다.

엑스플로74 참가자들이 여의도광장에 둘러앉아 선교훈련 교육을 받는 모습. 박영률 목사 제공

엑스플로74 대회는 CCC가 1974년 8월 13일부터 엿새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개최한 대규모 선교대회다. ‘예수혁명’ ‘성령폭발’을 주제로 열렸으며, 행사 등록자만 32만3419명(주최 측 집계)이었다. “민족의 가슴마다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는 한국CCC 창립자 고 김준곤 목사의 외침에 청년들은 광장에서 기도의 불꽃을 모았다. 한국교회 부흥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난 17일 ‘그때 그 현장’을 누볐던 CCC 간사 출신의 참가자 5명과 함께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을 다시 찾았다. 20, 30대 건장한 청년이었던 그들은 백발이 성성했다. 허리가 굽고 지팡이에 의지하는 그들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뀐 여의도광장 일대를 둘러보면서 저마다 잠들어 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임만호(가운데) 장로 등 당시 엑스플로74 참가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당시 엑스플로74 대회를 회상하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 장진현 포토그래퍼

당시 행사에서 재정관리 등을 담당하며 서무부장으로 봉사했던 임만호(84) 장로는 “엑스플로 집회에서 받은 은혜와 경험이 믿음의 밑거름이 됐다”면서 이런 고백도 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법을 알게 됐어요. 또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 자체에 감격해 기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혼구원을 향한 열정에 생명을 걸겠다는 결기도 있었다. 당시 청소년CCC 대표였던 박영률(81) 목사는 “집회 기간은 기도의 위력을 배운 시간이었다. ‘기도꾼’들이 행사장 강단 밑에 공간을 만들어 24시간 릴레이로 기도를 이어갔다”고 회고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숙식을 위한 수백개의 텐트 설치를 맡았던 구원준(75) 선교사는 구령의 열정을 복음의 불모지 일본에서 불태웠다. “조센징”이라는 말을 수도없이 들으면서도, 아내를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면서도, 스트레스로 심장병과 영양실조를 겪으면서도 39년간 일본선교사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사역이 가능한 이유를 묻자 “(엑스플로 설교를 통해) 믿음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앙의 선배들은 기독교와 크리스천이 예년만큼의 대사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진심어린 조언도 건넸다. CCC국제본부 부총재를 지낸 정인수(73) 목사는 “예전의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향한 헌신으로 하나된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교회의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면서 순전한 믿음의 회복을 소망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부흥으로 향하는 전제조건으로 명예주의와 이기주의, 맘몬주의로부터의 탈피를 꼽으면서 교회와 선교단체의 연합도 강조했다. 그는 “선교단체와 교회가 연합하려면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도의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박윤서 김수연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