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라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믿음’은 가치관에 의해 여러 형태로 드러납니다. 개인적이고 내세적 구원에 국한된 믿음은 우리를 옹졸하게 합니다. 특히 ‘나’를 위한 복음은 ‘너’를 돌아보지 않게 합니다. 이런 복음은 자신의 유익과 만족만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한 풍성한 지식은 우리의 눈과 가슴을 열어줍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약하지만 타자를 향해 손을 펴게 합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저자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합니다. 신비의 영역을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설명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와 화해를 향한 끝없는 사역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저자는 먼저 분석적 사고 전통에서 드러나는 이원론적 방법론을 문제 삼습니다. 이원론적 전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성육신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하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존재와 행위를 나누는 인식론으로 역사적 사실은 추상화됩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적절하게 계시하기 위해 인류 가운데 한 민족을 택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계시 도구인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습니다. 저자는 이를 하나님의 거룩함과 자비, 진리가 인간과 상충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본질적으로 계시는 인간의 사고와 이해에 반대되므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이해는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비로소 완전하게 일치합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을 완전하게 계시했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를 통해 인간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 또 자기에게로 이끌었습니다.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없던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친밀한 화해의 자리로 초대됩니다. 여기서 진정한 연합과 친교를 누리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와 화해는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집니다. 저자는 속죄의 삼위일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삼위일체 하나님도 설명합니다. 죄인인 우리는 그리스도의 보혈로 성령 안에서 성부께 나아갑니다. 값없이 허락된 속죄와 화해의 근거 위에 인간은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중재를 삼위일체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이 책으로 교회는 더 깊고 넓은 신학적 자원을 갖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 가운데로 초대된 우리는 나만이 아닌 상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를 통해 세상과 화해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