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시작하는 창세기 1장 첫 말씀은 크리스천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구절이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창세기 번역본 문구는 저렇지 않았다고 한다. 1889년 영국성교회(대한성공회의 모체)가 펴낸 ‘구약촬요(舊約撮要)’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처음 때에 천주가 천지를 비로소 지으셨는지라.” 이 국역 성경 편찬을 주도한 이는 찰스 코프 주교(한국명 고요한)로, 그는 “이 책을 통해 영국교회 조선선교회가 이곳 조선 사람들의 언어와 문학을 어떻게 존중하고 있는지 보여질 것”이라고 했었다.
새로 나온 ‘구약촬요’는 19세기 출간된 구약촬요를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한자와 19세기 한국어로 병기된 원문을 소개한 뒤, 이를 현대 한국어로 풀어쓰고 그다음엔 해설이 따라붙은 구성을 띠고 있다.
저자는 성공회 신학자로 2021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현재는 연구와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머리말에 “하나님은 오래전에 한 번 말씀하신 게 아니고 지금도 말씀하시고 있다. 온 민족의 언어로 말씀하시는 전지전능한 분”이라고 적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