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53주년을 맞은 서울 관악구 동산교회(김도훈 목사)가 지난해 리더십을 교체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기도원을 통해 영성을 키우고 분립개척으로 건강한 교회 생태계 만들기에 힘썼던 교회는 그에 더해 내실을 다지면서 지역 특성에 맞춘 사역을 펼쳐나겠다는 목표다. 지난 18일 교회에서 만난 김도훈(50) 목사는 “개교회 부흥에 앞서 지역주민 한 명이라도 복음을 스쳐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섬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목사와 일문일답.
-동산교회에 부임한 후 약 6개월이 지났는데.
“보석 같은 동산교회에 부족한 사람이 담임으로 섬길 수 있도록 해 주신 하나님께 먼저 큰 감사를 드린다. 동시에 나를 통해 동산교회 성도들에게 은혜가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도 있다.
2011년부터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겼는데 초창기에는 담임목사에 대한 비전이나 특별한 목회철학 없이 그저 열심과 충성으로 섬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 ‘한 사람을 온전한 제자로 키우는 목회’였다. 이후 담임목회를 위해 기도로 준비하던 중 동산교회 표어가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 보내는 교회’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지원하게 됐다. 골로새서 1장 28절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를 평생의 말씀으로 붙잡고 있다. 성도들을 잘 양육하고 훈련해 교회와 함께 걸어가는 제자를 키우고 싶다.”
-타교회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도 많을것 같다.
“대구원일교회에 계시던 송주현 목사님(현 더세움교회)으로부터 목회의 기본을 배웠다. 송 목사님께서 목양은 물론 주일학교 행정 등 여러 부분을 맡겨주셔서 교회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송 목사님의 ‘한 사람 목회철학’을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후 제자훈련의 본산인 사랑의교회에서는 훈련사역 일체를 배웠고 특히 부임 초기 청년부를 담당했을 때는 목사-엘더-리더-조원으로 이어지는 생명력 있는 공동체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이후 목회기획실장과 총괄행정을 맡으며 교회 전체 조직 재정 인사 등을 관장하면서 초대형교회의 구조와 사역에 대해 잘 알게 된 것 역시 감사 제목이다.
무엇보다 모든 사역을 믿고 맡겨 주신 오정현 목사님을 통해 목자의 심정과 목양 일념을 배웠다. 늘 교회 성도 목회에 전념이신 오 목사님을 가까운 거리에서 섬기며 개인적으로나 목회자로서 큰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산교회는 이전 교회들과는 또 다른 주님의 교회이기에 내 안에 체화된 목회적 자산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각 현장과 상황에 맞춰 하나님이 교회에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성도들이 어떤 부분에서 영적으로 갈급해 하는지를 예민하게 깨닫고 활용해 나가려고 한다. 이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변화하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 교회인 동산교회의 ‘젊은 목회’가 기대된다. 부임 후 새롭게 진행한 사역은.
“보통 교회가 10년 동안 바뀌는 모습이 주님의 은혜로 6개월 만에 바뀐 것 같다.(웃음) 깊은 신앙과 인격의 모범이 되는 장로님들을 중심으로 성숙한 성도들이 마음을 합해 주신 결과다. 먼저 변한 것은 예배 시간인데 1부 예배가 오전 7시로 너무 일렀다. 1부 예배 시간을 늦추고 오후 예배 대신 청년부를 위한 4부 예배를 신설했다. 평신도 리더십인 구역장 모임도 주일 낮에서 평일 저녁으로 옮겼다. 강대상과 의자 위치에도 변화를 줬다. 양육과정도 제자훈련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편성해 담임목사가 진행하면서 다시 건강한 리더십이 배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라이프 투게더’라는 이름으로 진행돼온 전도 축제를 ‘매칭펀드’ 형식으로 진행하는 변화를 줬다. 태신자가 교회에 오는 만큼 NGO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새로운 시도였음에도 이전보다 많은 태신자들이 교회에 방문했다.
이전 새생명축제는 좋은 선물로 방문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지금은 좋은 선물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나눔과 섬김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때 교회에 더욱 편히 나올 수 있고 그러할 때 순전한 복음을 명확히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부의 의미를 이 지역의 모든 분과 더 포괄적으로 나누는 것은 아직 남은 숙제다. 오랜만에 죄 회개 영생 천국 등 기초적인 복음에 대해 체계적으로 듣게 돼 좋았다는 성도들의 평가가 많아 감사한 마음이다.”
-관악구 지역에 어렵게 사는 주민들도 많다. 지역을 위한 교회의 역할이 클 것 같다.
“관악구는 1인 세대가 62%에 달하고 재정 자립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들은 결혼하거나 안정이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홀로 된 어르신의 비중도 꽤 커서 섬김을 받으셔야 할 분들이 많이 계시다. 현재 우리 교회는 어려운 분들과 홀로 어르신을 위해 정기적으로 반찬 나눔, 주거 시설 개선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 특별히 교회 어르신과 관내 어르신이 함께 할 수 있는 평생대학을 목요일에 운영하고 있는데 많은 어르신이 즐거운 마음으로 오신다.
이런 섬김 사역과 함께 지역을 위한 동산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복음전파의 허브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금요전도대와 아이들을 위한 등하교 전도, 떡볶이 솜사탕 나눔 등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제 동산교회는 대규모 전도축제보다는 관계전도에 기반을 둔 소그룹 복음전파의 장을 더욱 가지려고 한다. 유명한 강사를 초청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도 있지만 행사 당일만 반짝했다가 우수수 빠져나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교회 부흥 여부는 주님께 맡겨 드리고 소그룹과 복음 전도를 통해 순전한 복음을 전해서 이 지역에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동산교회의 향후 비전이 궁금하다.
“현재 동산교회를 세대별로 본다면 역사다리꼴 구조다. 1세대 어르신이 가장 많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그 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초저출산 시대에 다시 사다리꼴 구조의 성도 구성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 지역 젊은이들과 3040세대 가정의 참된 이웃이 되고 영적인 가족이 된다면 소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먼저 예배에 전심인 교회가 되기를 소원한다. 대그룹 공동체로 드리는 예배에서 은혜를 충만히 누리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사역에서도 은혜를 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소그룹 중심 사역에 집중할 것이다. 훈련 양육 전도 선교 봉사 등 교회의 많은 사역이 소그룹 중심으로 이루어져 활력을 찾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다음세대가 1세대 어르신의 신앙과 충성을 이어가며 전 세대가 편안히 깃들 수 있는 교회가 되길 희망한다.”
동산교회는…
1971년 예배 사모하는 23명의 성도로 출발,
해마다 부흥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 보내는 일’ 목표로 진력
1971년 예배 사모하는 23명의 성도로 출발,
해마다 부흥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 보내는 일’ 목표로 진력
1971년 6월 13일 예배를 사모하는 23명의 성도가 모여 시작됐다. 성도들만 모인 지 2주가 지나지 않아 유영빈(현 원로목사) 목사가 부임했고 그해 9월 붉은 벽돌로 지은 예배당(35평 규모)을 관악구 신림동 현재 위치에 건립해 입당예배를 드렸다. 이후 놀라운 부흥의 은혜로 1977년 340평 성전을 봉헌하게 되고 1991년에는 건평 1520평의 현재 예배당을 갖췄다.
동산교회는 부흥의 시기에 오직 기도에 초점을 맞췄다. 1984년 3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일대에 부지를 매입해 광교산기도원(2011년부터 수지수양관으로 개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국 교계에 귀한 영적 헌신을 이어오고 있다.
2009년 2대 김정우 목사가 부임한 후에는 ‘오직 기도’에 ‘오직 복음’이 더해졌다. 김 목사는 많은 교회와 연대하고 연합하면서 ‘복음 도시 운동’을 앞장서서 이끌어 왔다.
김정우 목사가 교회와 다음 세대를 위해 조기 은퇴한 후 지난해 2023년 11월 3대 김도훈 목사가 부임했다. 김도훈 목사는 총신 신대원을 졸업하고 대구원일교회와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사랑의교회에서는 13년 동안 청년부 목양 목회기획 총괄행정 등을 맡았다.
동산교회는 신림(新林)이라는 새로운 숲 안에 있는 동산(garden)처럼 한국교회에 정금과 같은 목회자와 성도들을 배출해 왔다.
동산교회는 여전히 더 건강한 교회와 더 성숙한 성도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지역을 살릴 뿐 아니라 주님께서 주신 지상명령인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 보내는 일’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