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자동 포장… 정제 18억정·분말 4억5000만포 생산능력

입력 2024-06-20 09:57 수정 2024-06-20 11:04
콜마BNH 세종 3공장 전경. 권현구 기자

지난 18일 세종시 미래산업단지 내 위치한 콜마비앤에이치(BNH) 세종 3공장 3층에 들어서니 노랗고 하얀 분말 스틱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콜마BNH의 300여개 고객사 중 한 곳인 애터미의 대표 제품 바이탈컬러비타민C를 포장하는 공간이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 1위인 콜마BNH는 6000평 규모의 세종 3공장을 증설하면서 음성 공장(3000억원)을 합해 연간 7000억원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동종업계 최대 규모다.

생산동 3층에는 분말 스틱을 자동으로 포장하는 라인이 깔려 있다. 직원들이 분말 스틱을 정렬해 소케이스에 포장하는 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곳에서는 제품 무게 측정을 통해 불량품을 걸러내는데 모니터에 정상 범위를 알리는 262.1g 표시가 떠 있다. 권현구 기자

최신 공장답게 세종 3공장의 자랑은 자동 포장 설비다. 신영재 콜마BNH 세종 생산본부장은 “자동 포장으로 생산할 경우 동일 생산량 기준 음성 공장 대비 생산성이 약 71%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세종 3공장의 시간당 생산능력은 대당 2만2950포에 달한다. 수동 포장을 하는 음성 공장은 1만2750포다. 포장 수량도 세종 3공장은 대당 2040세트를 뽑아내지만 음성 공장은 1133세트에 머무른다. 신 본부장은 “수동 포장으로 하면 속도는 반절인데 인력은 배 이상 필요하다”면서 “현재는 분말 스틱만 자동 포장 라인을 이용하는데, 자동 카토너 설비를 어느 제품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 카토너 설비는 다양한 제조업에서 쓰이지만 이곳 세종 3공장에서는 고속 충진한 스틱 분말을 정렬해 90포씩 작은 박스에 밀어 넣고 밀봉하는 기능을 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 필요 없이 전 자동 시스템이다. 소케이스에 넣은 제품은 자동 제함기(제품을 외포장하는 장치)에서 만든 큰 박스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로봇팔이 두 번 움직이자 작은 박스 20개가 큰 박스에 착착 담겼다. 테이핑도 자동으로 해낸다.

로봇 팔레타이저가 출하용 제품이 담긴 큰 박스를 널찍한 팔레트 위에 적재한다. 권현구 기자
무인 운반 지게차(AGV)가 스스로 와서 팔레트를 통째로 싣고 출하 장소로 이동한다. 권현구 기자

출하까지는 아직 2개 공정이 더 남아 있다. 옆에서는 거대한 로봇 팔레타이저가 큰 박스를 팔레트 위에 가지런히 적재하고 있었다. 같은 공정이라도 수동 포장 라인에서는 무거운 박스를 모두 사람이 옮겨야 한다. 같은 시간 구석에 있던 무인 운반 지게차(AGV)가 로봇 팔레타이저를 향해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AGV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돌발 상황을 연출하자 곧바로 멈춰설 정도로 순발력이 뛰어났다. AGV는 애터미 바이탈컬러비타민C 박스를 5단으로 싣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 자동 래핑 한 후 제품을 출하했다. 이 모든 공정이 순식간에 자동으로 이뤄졌다. 신 본부장은 “음성 공장과 달리 어떻게 하면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고 레이아웃을 단순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했다”며 “세종 3공장에서는 스틱 분말을 뽑을 수 있는 설비를 총 13대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에는 1층과 2층에도 라인을 만든다. 여기에는 타정기와 코팅기, 포장기 설비를 여러 대 배치하고 정제 제형 등을 만들 예정이다. 고사양 설비와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세종 3공장은 정제 18억정, 분말 4억5000만포에 달하는 연간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세종 3공장은 음성과 세종이 각각의 특화 제형을 만드는 공장으로 이원화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신 본부장은 “세종 3공장은 분말 스틱과 정제 특화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게 기준점”이라며 “세종 1·2공장은 액상 제형 위주로, 음성 공장은 젤리와 연질 등 그 외 나머지 제형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마BNH가 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가짓수는 1000여종이다. 서방정, 쿨멜팅 분말 등 특별한 제형을 생산할 수 있는 특허받은 기술도 보유 중이다. 전체 직원 30% 이상이 연구인력으로, 매년 매출의 2%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다.

생명과 직결된 건기식은 품질과 공급망 관리(SCM)가 핵심이다. 콜마BNH는 2021년 액상 건기식을 제조한 세종 공장에 이어 지난해 음성 공장까지 호주 내 의약품건기식 관리·감독 기관인 호주연방의약품관리국(TGA)으로부터 GMP(우수제조관리기준) 인증을 획득했다. 신 본부장은 “호주에서는 건기식을 보완의약품으로 분류해 관리한다”며 “TGA GMP 인증은 의약품 수준으로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갖춘 생산시설로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콜마BNH는 고객 주문 기반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ODM 사업 특성에 맞춰 ‘16주 SCM 프로세스’를 도입해 고객 납기 준수율을 15% 개선하기도 했다.

윤여원 콜마BNH 대표이사
“헤일리온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시아 생산 허브로 거듭날 것”

“올해 수출 목표를 도전적으로 설정했습니다. 해외 대형 거래처인 헤일리온(HALEON)을 필두로 글로벌 브랜드의 아시아 생산 허브로 거듭날 것입니다.”

윤여원(사진) 콜마비앤에이치(BNH) 대표이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매년 그래왔듯이 올해도 공격적으로 경영 목표를 수립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대표는 “지난 4월 신규 개별인정형 원료(타마플렉스)를 출시해 고객사 수주도 어느 정도 가시화한 상황”이라며 “정제와 액상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신규 특허 용기인 멀티바이알은 현재 제품화 단계에 있는데, 올해 하반기 좋은 소식을 들려주겠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다.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 정도다. 2019년 이후 건기식 시장은 매년 5~10%씩 성장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0.9% 성장에 그쳤다. 이에 콜마BNH는 전담 조직 글로벌 사업팀을 신설하고 수출 강화로 전략을 짰다.

지난해 콜마BNH 매출은 내수가 65.5%, 해외는 34.5%를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돌파했다. 러시아 매출이 320% 급증했고, 중국 법인도 24.6% 성장했다. 윤 대표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 해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1% 증가한 640억원을 기록했다”면서 “지난해 출시한 신제품 ‘헤모힘-G’를 독일과 대만 등에 출시해 신규 매출을 확보했으며 튀르키예,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국가로의 수출 확대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콜마BNH는 중국에 강소콜마와 연태콜마 등 2개의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강소콜마 탄생에는 아픔이 있다. 2017년 중국 법인 강소콜마를 설립한 후 2년여 공사를 거쳐 완공할 때 코로나19가 터졌다. 윤 대표는 “중국 내에서 지역 이동만 해도 자가격리를 2주 이상 해야 했기 때문에 영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악조건 속에서 모든 임직원이 강소콜마 정상화를 위해 뛰었다”고 뒤돌아봤다. 2020년 24억원에 불과했던 강소콜마의 매출은 지난해 233억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 113%다. 올 하반기에는 연태콜마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두 개의 중국 법인과 국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세계 26개국 이상으로 팔려나간다.

건기식 시장은 건기식 인접 영역 간에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윤 대표는 “추가 신성장 동력으로 수출 확장성이 큰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라며 “건기식 ODM 산업이 규제 산업이다 보니 투자 대비 아웃풋이 빠르지 않은 편이라 앞으로 원료와 소재 등 분야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콜마BNH는 세종 3공장 관리동 1층에 콜마그룹의 역사와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을 마련했다. 권현구 기자

윤 대표는 콜마그룹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의 1남 1녀 중 장녀다. 2001년 한국콜마에 입사한 윤 대표는 올해로 경영에 참여한 지 만 23년이 됐다. 그는 “이전까지는 주요 고객사 위주로 성장했지만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콜마BNH가 ODM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하려면 핵심 가치는 전문성이 돼야 한다”면서 “직원들에게도 창업주의 정신을 승계해 ODM 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콜마그룹의 경영 철학 ‘우보천리(牛步千里·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으로,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함을 이르는 말)’는 콜마BNH 세종 3공장 곳곳에 적혀 있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