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17일 판결문 오류를 바로잡은 것을 놓고 법조계에선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대법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의견과 “재산분할 산정 자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가 이날 수정한 판결문 내용은 최 회장의 경영활동과 SK 주식 가치 증가를 판단하는 대목에 포함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가치를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었고, 재판부는 이 부분을 수정했다.
재판부는 수정 전 판결문에서 주식 가액을 100원으로 계산해 주식 가치가 355배 상승했다고 봤다. 상승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최 회장의 경영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자수성가형’ 사업가와 ‘승계상속형’ 사업가를 구분하고, 자신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최 선대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주식의 가치 증식과 관련해 배우자 노 관장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은 오히려 자수성가형에 가깝고 노 관장 기여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은 단순 수정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 대법원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최 회장 측이 이의제기할 경우 대법원에서 판결문 수정 가능 범위 여부, 잘못된 수치가 기재된 채 내려진 항소심 결론이 타당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게 된다.
법조계에선 판결 수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판단의 전제가 된 부분의 수치가 틀렸으니 대법원 판단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주식의 가치 상승폭이 최 회장의 경영 기여 판단에 영향을 줬으니 대법원이 심리 미진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 실수로 법원 판단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오류가 난 숫자가 분할 대상 재산 계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는 해석도 많다. 재판부는 SK 주식 등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판단하고 전체 재산 4조원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 비율로 분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 관장의 경영 기여도가 인정됐기에 주식 가치 변동을 따지는 건 기술적 부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한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수정된 내용에 따라 최 선대회장 기여도가 더 크다는 판단이 이뤄져도 판결 결과를 흔들 만한 본질적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항소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자금이 선대회장 때 넘어갔고, 그 부분 기여까지 포함되는 걸로 이미 판단했다”며 “결국 노 전 대통령 측 자금 투입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특정 시점의 주식 가액이 중요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나성원 이형민 양한주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