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7일 ‘무기한 전면 휴진’에 들어갔다. “의료 붕괴가 시작됐는데 정부가 귀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는 전면 휴진밖에 없다”고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휴진이 벼랑 끝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라는 건 변함이 없다.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만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비대위는 이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현장 의견 반영이 가능한 상설 의·정 협의체 구성,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휴진에 돌입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물론 간호사 등 대부분의 병원 노동자들과 일부 의사들까지 집단 휴진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라면 그 어떤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고,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의 휴업 자유와 사직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교수들의 휴진이 장차 의사와 환자 및 시민 간의 신뢰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무기한 휴진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자 비대위 내부에서도 기간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일주일 (진료 일정) 조정을 하기로 했지만 이걸 더 어떻게 하겠나”라며 다음 주 이후 휴진이 필요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환자들의 걱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으나 비대위는 이후 이 발언에 대해 “일주일만 휴진을 유지한다는 건 비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간이 짧든 길든 대학병원의 휴진은 해당 환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강요하는 일이다. 의대 교수 입장에서는 진료 일정 조정이 대수롭지 않은 일인지 모르겠으나 몇 개월 전부터 예약 일정에 맞추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들은 내내 긴장하고 생업까지 미뤄가며 병원을 찾는다. 환자들의 치료와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이가 그들의 불편과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사라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