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극단행보, 이미지세탁 광고 실은 언론도 한몫

입력 2024-06-17 03:01
‘구원파’ 계열의 기쁜소식선교회 대표인 박옥수의 인터뷰를 실은 한 중앙일간지의 기사. 오른쪽은 일간지에 전면으로 게재된 기소선의 마인드교육과 박씨의 세미나 광고. 국민일보DB

최근 발생한 ‘여고생 학대 사망 사건’이 한국교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구원파’ 계열의 기쁜소식선교회(기소선·대표 박옥수)와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교계 안팎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경찰은 숨진 여고생을 학대한 공범으로 박옥수의 딸이자 기소선 합창단장인 A씨(52)를 아동학대치사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황이다. 15일 방영된 한 시사 프로그램에 따르면 기소선 피해자들은 A씨 측이 합창단을 동원해 음악회 등을 열고 표를 강매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기소선의 행보는 기성 언론들이 방조 내지 부추긴 측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증 없이 게재되는 기소선 등 이단들의 무분별한 광고(기사형 광고 포함)→이단들의 이미지 세탁→ 공격적인 포교활동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터진 여고생 사망 사건은 또 다른 이단인 신천지, JMS(기독교복음선교회) 등에 가려졌던 ‘구원파 경계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구원파’ 계열의 기쁜소식선교회 유관단체인 IYF의 ‘월드캠프’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소선 대표 박옥수의 교리 강연 소개와 영상. 월드캠프 홈페이지 캡처

16일 이단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소선은 국내외는 물론 다음세대를 타깃으로 집중 포교를 이어오고 있다. 해외의 또래들과 문화를 교류하며 봉사활동 등에 나설 수 있다고 홍보하는 기소선 유관단체 ‘IYF 월드캠프’ 행사가 대표적이다. 매년 열리는 행사인데 다음 달에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가 예정돼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때 구원파에 몸담았던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다음세대를 주요 포교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세뇌’하기에 가장 쉬운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월드캠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개된 것”이라며 “이 행사가 구원파 포교의 주된 매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구원파는 그간 하나님의교회나 신천지 등에 비해 사회적 역기능이 덜 노출됐다”며 “한국교회가 ‘월드캠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 곳으로 나뉜 구원파는 저마다의 특징을 보인다. 기소선이 문화와 ‘마인드교육’ 사업을 앞세우고 있다면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성경은 사실이다’라는 표어와 함께 자신들만의 구별된 교리가 있는 것처럼 홍보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한예수교침례회는 임박한 종말론을 내세우는데 특히 유명 연예인이 다수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원파의 공통된 특징은 언론의 홍보성 기사와 광고를 활용해 조직 이미지 개선과 포교에 열을 올려왔다는 점이다. 중앙 및 지역 일간지와 주간·월간 잡지, 군소 온라인매체 등을 통해 주로 자신들의 해외선교 성과와 봉사활동을 부각하면서 은근슬쩍 교리를 녹이는 식이다.

정 교수는 “구원파는 언론과 문화, 인성교육 등을 앞세워서 국민 틈으로 파고들고 있다”며 ““특히 광고나 알고리즘을 탄 포교 활동은 교인이나 일반 사람이 구별하기 힘들다. 성경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정통성을 얻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단이 아니란 점을 부각하려고 언론과 문화 활동 등을 전략적 도구로 사용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구원파 같은 이단들의 득세에 맞서 한국교회가 올바른 복음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언론의 이단 검증 능력도 중요한 과제다. 정 교수는 “올바른 복음을 전하고 성도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담당 목회자와의 상담 등을 거쳐 올바른 교리 안에 바로 설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된 구원관이 확립된다면 이단을 구별할 분별력은 자연스레 생긴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김동규 손동준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