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서울대병원 등 3곳에서 절반 이상 교수가 집단 휴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료 현장이 ‘올스톱’될 가능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 일정 일부만 조율한 경우에도 전면 휴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 휴진으로 병원 손실이 발생하면 의사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각 병원에 요청했다.
16일 서울대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17~22일 외래 진료 축소나 휴진,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을 연기한 교수는 529명으로 전체 967명 중 54.7%에 달한다. 비대위 측은 수술장이 있는 3개 병원의 예상 가동률이 현재 62.7%에서 33.5%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자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교수들이 무단으로 진료를 거부하거나 수술을 취소하는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휴진에 나설 가능성은 떨어진다. 강희경 비대위원장도 교수들에게 “교수 판단에 따라 진료 조절이 가능한 환자의 일정을 조율한 경우에는 휴진에 참여하는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환자 진료를 전면 취소하는 교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대의대 비대위는 또 환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중단하는 것”이라며 “휴진 기간에도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를 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 감소는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증·희귀 질환자를 지킨다고 해도, 외래 예약과 수술 등을 기다렸던 환자들은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집단 진료거부를 허가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만약 교수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장기화해 병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 검토를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정부는 앞서 전공의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 요청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청구 검토를 병원장들에게 요청한 것이다.
만약 병원이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는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병원으로서는 건강보험 선지급 제외가 되면 급한 불을 끌 재정 여력을 잃게 된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울대의대 비대위 교수들을 만나 면담했지만, 교수들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오는 18일 휴진을 선언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를 향해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보완, 전공의와 의대생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전면 휴진을 보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부는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게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의협은 오는 18일 하루로 예정했던 집단 휴진을 ‘무기한’으로 연장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