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가는 점포들… 광주 전통시장 ‘역대 최대 불황’

입력 2024-06-17 02:22

광주 주요 전통시장이 ‘극한의 불황’에 직면했다. 빈 점포가 급증하고 활성화 대책은 겉돌아 상인들은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입주 점포는 2021년 1090개에서 2022년 1080개, 2023년 1074개로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100개 가까운 점포가 줄지어 문을 닫았다. 전국 홍어 유통량의 80~90%를 차지할 만큼 호남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곳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성공사례로 거론된 대인시장과 남광주시장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대인시장은 ‘남도 달밤 야시장’ 행사 때만 잠깐 북적일 뿐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공실률은 2021년 7.5%, 2022년 18.6%에 이어 2023년 26.8%로 치솟았다. 올해 5월 말 현재 전체 289곳 중 98곳(33.9%)이 빈 상황이다.

대표적 수산물 전문시장인 남광주시장 역시 빈 점포가 2022년 16곳에서 지난해 30개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6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 사업을 통해 재개장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은 1913송정역 시장도 마찬가지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광주송정역에서 5분 거리로 한때 방문객이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성황을 이뤘지만 다시 침체기에 빠졌다.

1981년 문을 연 운암시장은 시장 건물을 아예 허물기로 했다. 2022년 정비사업조합을 구성한 후 인근 토지를 포함한 5375㎡에 지하 2층 지상 32층 아파트 2개 동 154세대를 신축하는 데 동의했다.

광주시 등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 주차장 확충, 배송 서비스 지원 등의 대책을 시행했지만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경실련 관계자는 16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하지 말고 상인들의 마케팅 역량 강화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고 시장별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특화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