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만 박사의 죽음, 세계는 영감의 원천을 잃었다”

입력 2024-06-17 03:03
2013년 국민일보 창간 기념 콘퍼런스 주강사로 방한한 몰트만(왼쪽) 박사와 함께한 조용기(가운데) 원로목사, 이영훈 목사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98세를 일기로 별세한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 장례식에 조사와 조화를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이영훈 목사는 자신의 명의로 작성한 조사를 통해 “몰트만 박사의 죽음으로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는 뛰어난 정신과 영감의 원천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이어 “몰트만 박사는 뛰어난 지혜를 가진 신학자였고 그의 신학 세계를 상징하는 ‘희망의 신학’은 많은 이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며 “그의 가르침은 후대에도 계속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장례예배가 열린 독일 튀빙겐의 한 교회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1929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몰트만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성경을 접한 뒤 신앙을 갖게 됐고, 이후 목사 안수를 받고 신학을 공부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그가 남긴 저술만 500권이 넘으며 국내엔 ‘위르겐 몰트만 선집’(전 17권)이 출간돼 있다. 명실공히 서구 신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목사가 추모의 뜻을 전한 것은 그가 쌓은 학문적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몰트만 박사는 한국교회,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꾸준히 교류한 학자였다. 그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고 조용기 목사와 1995년 9월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았다. 그는 조 목사가 2021년 별세하자 “(조 목사가) 나보다 일찍 떠나 아쉽다”면서 “그러나 성령 안에서 생명과 죽음도 하나이므로 나는 항상 그와 성령 안에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3·1운동 100주년이던 2019년엔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2019년 방한 당시 몰트만 박사가 ‘나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했다’고 말한 대목을 언급하면서 “그의 이런 생각이 우리에겐 큰 위안을 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몰트만 박사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을 기억할 것”이라며 “특히 그와 조 목사의 우정은 내 마음에도 깊이 간직돼 있다”고 덧붙였다.

몰트만 박사의 장례예배는 지난 14일 독일 튀빙겐의 한 교회에서 유족과 독일의 교계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설교자로 나선 카르멘 리부줌와미 목사는 “몰트만 박사는 (자신의 죽음이) 하나님의 왕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는 생일 같은 일이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