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하면 장수? 근육 감소·피부 노화·약물 부작용 위험

입력 2024-06-18 05:30

식사 때 하는 반주가 노인들의 건강이나 장수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반주를 넘어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노인들이 많다.

얼마 전 발표된 국내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남성 노년층에서 월간 음주율이 55.6%, 한 번에 7잔 이상의 술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은 11.7%나 된다.

최근 수년간 노인 음주율이 늘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 우울 등 정서 장애가 증가하면서 생긴 사회 현상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노인들의 음주는 괜찮은 것일까. 나이가 들면 알코올을 처리하는 능력이 감소하면서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 노인들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이 감소되고 근육량도 줄어드는 데다, 체내 수분의 감소로 예전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는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음주가 노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궤양 등 위장 질환, 알코올성 간염 등 간 질환, 고혈압, 뇌졸중 등 심뇌혈관계 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우울 및 자살 등 정서 장애, 알코올성 치매 등 인지 기능 저하, 수면 장애 등이 있다. 또한 각종 암, 면역 기능 약화로 인한 감염 질환, 낙상, 골절, 교통사고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음주는 탈수를 유발하며 비타민A, 콜라겐 양을 떨어뜨려 피부의 탄성을 잃게 하고 주름을 유발하는 등 노인들의 피부 노화를 촉진시킨다.

이뿐 아니라 노인들은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는 이런 약제들의 각종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 적절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된다는 주장이 한때 있었지만, 지금은 한 잔의 술이라도 그만큼 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인의 경우 식사 때마다 반주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하루 1잔 이상의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건강에 이상이 있고 여러 가지 약들을 사용하고 있다면 더 적게 마셔야 한다. 우울, 불안 등 정서 장애가 있는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음주를 절대 피해야 한다. 그래서 65세 이후에는 완전히 금주하는 것이 좋다고 강력하게 권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호철 전 강북삼성병원장·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