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군사·경제동맹 넘어 영적·신앙적 동맹 관계 돼야”

입력 2024-06-17 03:07
‘한국전 참전용사 보은행사’ 참석차 방미한 새에덴교회 교인들이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국립묘지의 장진호전투 기념비 앞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기온은 한 여름 같았다. 1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섭씨 30도를 육박하는 기온 속에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와 교인들은 알링턴전쟁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는 지난해 11월 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에 맞춰 세워졌다. 2018년 미국 한국전참전용사협회 215 지부가 기념비 건립을 시작했고 2022년 국가보훈부가 이 사업을 지원하며 속도가 붙었다. 이 지역에 건립된 최초의 한국전 기념비이기도 하다.

새에덴교회는 기념비 건립을 위해 기금 일부를 지원했다. 미국 정부는 기념비에 ‘소강석 목사와 김종대 장로, 새에덴교회 교우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는 글을 새겨 기록으로 남겼다.

기념비는 6·25전쟁에 파병한 미 육·공·해군·해병대의 희생 정신을 기리는 네 개의 비와 함께 한반도 지도에 당시 전황을 음각으로 새긴 또 다른 비가 정중앙에 병풍처럼 배치돼 있었다.

미 워싱턴 D.C.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건립된 추모의벽. 새에덴교회 제공

앞서 새에덴교회는 2022년 7월 준공한 미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내 ‘미 한국전전사자 추모의 벽’ 설립에도 힘을 보탰다. 이 추모의 벽에는 미국 전사자 3만 6634명과 한국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함께 각인돼 있다. 미 영토 내에 한국인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첫 시설물이다.

알링턴전쟁기념공원에서의 추모식은 헌화로 시작했다. 소 목사와 예비역 장군 출신인 이 교회 김종대 이철휘 서정열 장로를 비롯해 정영호 미국 휴스턴총영사가 함께 기념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렸다.

소 목사는 미리 준비한 영어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살고 있다”면서 “미국은 6·25전쟁 때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13만5000여명이 피를 쏟은 혈맹의 나라다. 이 자리를 통해 양국이 군사·경제동맹을 넘어 영적·신앙적 동맹의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새에덴교회 교인들은 동쪽으로 11마일(17.7㎞) 떨어진 댈러스-포트워스국립묘지도 참배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심했던 2021년 6월 새에덴교회가 줌(Zoom)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개최한 온라인 보은행사. 새에덴교회 제공

2022년 제막한 장진호전투기념비에 헌화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 기념비는 2017년 미국 버지니아 콴티코 미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설립된 기념비에 이어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세워진 장진호전투 기념비다. 14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국제시장’은 장진호 전투와 더불어 흥남부두철수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영하 20~3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치러진 장진호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에서 미국 해병대와 중공군이 벌인 전투로 미 해병 3000여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중공군은 전사자만 2만5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당시 전사한 군인 중 상당수의 사인은 동사였다.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 속 생사를 넘나들었던 병사들은 훗날 ‘하늘에 별빛을 봤고 그 빛을 희망이자 구원의 빛으로 여기며 살 힘을 얻었다’고 증언했다. 기념비를 만들면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한 별 조형물이 바로 군인들이 본 별을 형상화한 것이다.

소 목사도 “장진호전투 기념비 꼭대기에 있는 별 조형물이 미국과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화의 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알링턴=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