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교회 거부”… 사랑누리교회의 ‘민주주의 실험’

입력 2024-06-14 03:03
김정태 사랑누리교회 목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좌담회에서 교회 운영의 바른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랑누리교회 제공

2002년 개척된 경기도 고양 사랑누리교회(김정태 목사)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1년 당회를 구성했다. 다만 당회 구성 이전에 당회 권한을 제한하는 정관부터 만들기로 했다. 겉으로는 대의제(목사·장로 중심의 당회가 교회를 운영하는 원리)를 표방하더라도 임기가 없는 항존직 당회원에 대한 견제가 없으면 당회가 독점적으로 교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성도는 400여명이다.

교회는 2010년 이를 정관에 반영했다. 그 내용의 핵심만 간추리면 이렇다. 첫째 의사결정은 당회원이 포함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다. 둘째 대표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의장은 담임목사로 한다. 셋째 6년마다 담임목사 재신임을 정한다. 연임엔 제한이 없다. 넷째 장로 역시 임기제와 6년 재신임제를 적용받는다. 연임은 1회만 가능하다. 다섯째 한 성(性)이 운영위원 60%를 넘지 않도록 한다.

교회는 항존직 당회원의 여론 왜곡을 견제하면서도 당회원이 될 수 없는 청년 여성 새가족들의 목소리가 교회 운영에 반영되길 바랐다. 하지만 정관을 제정한 지 9년째 접어든 2019년, 교회 안에 또 다른 의견이 나오며 갈등이 표출됐다. 노회 활동에 참여한 일부 교인이 다른 교회들과 운영 방식을 비교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영위원회 토론 과정이 비효율적이란 주장이 나왔고 안수받은 항존직 장로들이 특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교회 안에선 당회의 권한을 확대하자는 제안이 공론화됐다.

사랑누리교회 성도들이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랑누리교회 제공

찬반 의견이 이곳저곳에서 표출되자 교회는 운영위원회와 당회 모두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기존의 ‘운영위원회 중심 체제’와 새롭게 떠오르는 ‘당회 강화론’을 공동의회에 상정했다. 투표 결과는 운영위원회 체제 유지였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이에 찬성했다.

사랑누리교회 사례는 13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교회 민주주의 성찰’ 좌담회에서 나왔다.

교회 담임 김정태 목사는 당회 중심의 교회 정치화를 ‘귀족화’로 지적하면서 “당회 중심의 귀족 정치로는 교회 밖 시민을 예수님의 복음으로 초대하기에 역부족”이라며 “교회 밖 사람을 포용하는 교회가 되려면 민주적 운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적 운영안이 없는 교회는 토론과 투명성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고대 유물처럼 간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