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철강업계

입력 2024-06-14 03:31

철강업계가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 불황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며 올해 들어 조강 생산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보다 줄었다. 일부 철강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야간에만 공장을 가동하는 등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13일 한국철강협회 ‘철강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2122만t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었던 2020년(2202만t)보다도 80t가량 적다.


조강 생산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건설 불황으로 철강 재고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인허가 주택 수는 7만4558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6630가구)에 비해 22.8% 줄었다. 건설 수요가 꺼지다 보니 아파트 뼈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근의 반제품 ‘빌렛’을 주로 생산하는 전기로 조강 생산량은 4월 154만t으로 지난해 190만t 대비 약 19% 감소했다.

중국산 철근의 국내 유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에서도 건설 불황이 이어지면서 중국 철강사들이 남는 자재를 해외에 덤핑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량은 407만t으로 전년 동기(396만t)보다 더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이 어려워지면서 철강 수요가 둔화하고 있었는데, 중국산 철강까지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철강사들은 내우외환을 이겨내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전기료 절감을 위해 낮에는 전기로를 끄기로 했다. 기존의 4조3교대 체제는 유지하면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공장을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산업용 전기료가 오전 8시~오후 6시에는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208원인 데 반해 오후 10시~오전 8시까지는 105원으로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야간 기준으로 돌리면 생산량이 약 35% 줄어들 것으로 본다. 기존 전기료가 철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다. 야간에만 공장을 돌리면 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은 5%대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했다. 지난 1월 철강업계 최초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철의 날’ 기념식에서 “선제 대응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