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보다는 퇴직-재고용이 합리적’ KDI 보고서

입력 2024-06-14 00:02

사무직 등 분석 직무에서 일하던 중장년층이 퇴직 후 ‘단순 육체노동’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출산·고령화로 50·60대 중장년층의 노동 시장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직무 경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법정 정년(60세) 이전에 조기 퇴직하는 중장년층이 많은 상황에서 단순한 정년 연장보다 정년퇴직 후 재고용 등의 형태로 고숙련 근로자들의 직무 경력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20~74세 남성 취업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분석·사회적 직무 성향은 낮아지는 반면, 반복적인 신체 직무 성향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통해 연령대별 직무 변화를 분석했다.


30대 근로자는 연구원, 교사 등 분석 직무에 근무하는 성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다. 이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분석 직무 성향은 줄고, 반복적·신체적 업무에 종사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주로 실직이나 퇴직한 중장년층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김 연구위원은 “젊은 나이에 이직했을 때는 기존과 비슷한 일자리로 재취업했지만, 50세 이후에는 기존보다 분석 직무 비중이 낮고 육체노동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여성 취업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로 ‘사무직 일자리 탈락’ 성향이 30·40대로 남성보다 더 빨랐다. 반면 미국 근로자의 경우 연령이 높아져도 분석·신체 직무 간의 성향 변화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대비 한국 중장년층이 퇴직 이후 기존 직무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직무 경력을 살리기 위해선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대신 직무 성과에 따른 임금 체계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직 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체계가 오히려 중장년층의 ‘동일 업종’ 재취업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경력 단절 현상이 두드러지므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임금 조정을 감수하고 근로를 원하는 숙련된 근로자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