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스키·수영선수 출신 최길라(21)씨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다. 홍채가 일부만 자라거나 아예 자라지 않아 시각장애를 갖는 ‘무홍채안’에 해당한다.
최씨는 장애의 벽을 넘기 위해 자신을 연단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수영 등의 스포츠를 시작했다. 운동 분야에 재능의 싹을 틔웠던 최씨는 쌍둥이 언니인 최사라(21)씨와 함께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 수영에서 메달을 석권하기도 했다.
최씨의 도전은 수영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알파인스키에도 도전했다. 알파인스키는 시속 100㎞를 웃도는 빠른 속도로 스키 트랙을 가르며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종목이다.
알파인스키에서 시각장애인 선수는 가이드와 함께 달린다. 무선 헤드셋을 착용하곤 신호를 주고받는다. 선수보다 앞서 스키를 타는 가이드의 신호에 따라 선수는 속도와 방향 등을 믿고 움직인다. 보지 않고 오롯이 타인의 말에 몸을 맡겨야 하기에 최씨는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최씨는 그의 쌍둥이 언니와 함께 2018~2019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로서의 기쁨도 잠시. 2020년 최씨는 팀 내부의 갈등으로 선수를 그만뒀다. 그는 급작스러운 일상의 변화로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하나님을 만나고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신학생으로서 인생 2막을 맞이한 셈이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 겸임교수실에서 만난 최씨는 “운동을 급작스레 그만둔 바람에 지금까지 꿔왔던 꿈이 무너졌으며 여전히 고민도 많다”며 “아직은 꿈에 대해 확신이 없으며 찾아가고 있다. 어려운 과정에 있지만 이전까지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던 것처럼 이후의 계획도 이끌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나님을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하나님은 제 인생을 책임지고 이끄시는 분”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제겐 늘 힘들고 슬픈 일이 잇따라 다가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좋은 사람을 붙여주셨다”고 전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욥 23:10)는 최씨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다. 그는 “지금도 힘든 과정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하나님께서 저를 키우고 연단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앙을 지키기 힘든 요즘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오늘 하루만 잘 살자’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힘들어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꿈을 품고 한 단계씩 노력해 나간다면 언젠가 그 꿈은 이뤄지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모두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 20대 초반의 그였지만 인생의 행로를 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것 같았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