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으로 탄생한 비스포크(Bespoke)가 이달로 출시 5주년을 맞았다. 2019년 6월 분홍색 문을 달고 등장한 냉장고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제는 신혼부부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전 브랜드가 됐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정지은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가 있다. 정 상무가 꼽은 비스포크의 본질은 ‘가사로부터의 해방’이다.
11일 서울 서초구의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난 정 상무는 “가전제품의 속성은 가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남는 시간을 사용자를 위해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디자인은 그 이후의 문제라는 뜻이다.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시리즈도 이 같은 신념의 산물이다. 정 상무는 제품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편의성 추구와 에너지 절약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활용하는 패턴을 학습한 AI가 소비자의 편의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킨다. 이때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이 설정한다.
정 상무는 비스포크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고 싶은 아이폰 사용자의 아쉬움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아이폰으로도 제품의 전원을 켜고 끄는 기본 기능은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른 시일 내에 갤럭시 사용자처럼 스마트홈 플랫폼을 이용해 섬세한 기능까지 조절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디자인은 비스포크 정체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취향, 개인화, 맞춤’ 키워드로 기획된 비스포크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골고루 맞춘다. 냉장고의 경우 글라스 재질의 도어 밑에 디지털 프린팅으로 색을 입힌다. 360가지 색깔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스테인리스 제품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했다.
정 상무는 “냉장고 도어의 패널에 다양한 컬러를 도입한 것을 넘어 교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냉장고가 주방 한 편에 숨겨두는 가전이 아니라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가 되도록 홈 인테리어 트렌드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스포크가 틀에 박힌 가전의 개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정 상무가 생각하는 비스포크의 미래도 기능과 디자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제품이다. 그는 “기능적으로는 소비자가 제품 관리에 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케어프리(Care-free)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고, 디자인적으로는 주방에 꼭 맞는 ‘키친핏’을 더욱 대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