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1심 판결에서 2019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진술 신빙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앞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과 통화했다는 의혹을 “소설”이라고 부인했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형을 선고한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심 판결문에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과 7월 두 차례 통화한 정황을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줘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김 전 회장 진술이 타당하다고 봤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열린 쌍방울과 북측 간 협약식 만찬에 참석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술에 취해 “(경기도 스마트팜) 500만 달러를 제 돈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전화를 바꿔줬고, 김 전 회장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같은 진술 내용은 판결문에 담겼고, 재판부는 “직접 경험한 게 아니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관련 의혹에 대해 “2019년 1월 17일은 (제가)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을 받은 날”이라며 “만찬이 6시부터 8시쯤까지였다고 하는데 그날 8시 가까이 돼서 재판이 끝났다. 상식적으로 (통화가) 가능한 일이냐”고 반박했다. 또 “검찰의 신작 소설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일축했다.
김 전 회장은 두 번째 통화는 2019년 7월 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 2차 국제대회 기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경기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 중 일부를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남공작원 리호남에게 전달했고, 이 기간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전화를 바꿔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통화에서 “북한 사람들 초대해 행사 잘 치르겠다. 저 역시도 같이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전 부지사가 국제대회 뒤 이 대표에게 “김성태가 지사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지사와 함께 방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방북 비용을 대납할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는 김 전 회장 진술 신빙성도 인정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실제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까지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300만 달러가 김 전 회장 본인의 방북 비용이라는 이 전 부지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쌍방울 차원 방북을 추진했다가 통일부 반려로 무산된 적 있다”며 “자신의 방북을 위해 300만 달러란 거액을 줬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