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폭 재판 불출석 권경애, 유족에 5000만원 배상”

입력 2024-06-12 02:37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이기철(가운데)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소송에 불출석해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가 유족 측에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1심 법원이 판결했다. 유족은 “실망이 큰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고(故) 이주원양 어머니 이기철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가 이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4월 권 변호사와 당시 소속 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업무 수행 등 불법 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판에 3회 불출석해 항소 취하로 간주되는 등 사건 2심을 불성실하게 수행했다”며 “2회 불출석 후 그 사실을 알고도 다시 불출석한 점을 고려하면 거의 고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권 변호사가 2심 판결을 유족 측에 알리지 않아 결국 상고기간이 지난 점, 1심 재판에서도 2회 불출석한 점 등의 잘못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묻고자 6년간 이어온 소송이 권 변호사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났다. 이씨가 기회 상실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2심 소송에서 유족 측이 실제 승소할 가능성은 낮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를 검토했으나 가해자 등 행위와 이양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산상 손해는 인정되지 않았고,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만 인정됐다.

이씨는 선고 후 “(선고를) 제대로 들은 건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라며 “이 재판을 왜 했는지 너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권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마지막 통화 때 ‘민폐 끼치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제게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고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6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 징계를 받았고, 그해 8월 징계가 확정됐다. 이씨는 “곧 정직 1년 징계가 끝나 이름 옆에 다시 ‘변호사’를 붙일 수 있게 된다”며 “(잘못이) 잊히지 않도록 항소하고 그래도 안 되면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권 변호사는 2016년 이씨가 서울시교육청과 가해자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소송 대리를 맡았다.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심에서 권 변호사가 세 차례 불출석해 패소했고, 이 사실을 4개월간 이씨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패소 사실을 몰랐던 이씨가 기간 내 상고하지 못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