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풍선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주고받으며 긴장 수위를 높였던 남북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우리 군은 지난 9일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뒤 이틀 연속 방송을 틀지 않았고 ‘새로운 대응’을 예고했던 북한도 추가 움직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11일 군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송출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의 잇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2018년 4·27 판문점선언으로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지만 재개한 당일 이후로는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대응과 상황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국 순방 중인 상황을 감안해 남북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강하게 반발했던 북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가 대응으로 거론됐던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틀지 않는 등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은 2020년 대북전단 살포 때는 조선중앙TV 등 대내 매체를 총동원해 남측을 비난하며 적개심을 부추겼는데 현재는 그러한 동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올해 최대 외교 행사가 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있어 남북 갈등이 고조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안에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매체가 최근 보도했다.
남북이 일단 갈등 자제 모드로 돌아섰지만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수는 대북전단 추가 살포 여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9일 담화에서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우리의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대북전단 추가 살포를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 긴급회의에서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변해가는 것 같다”며 “남북 모두 공멸의 길로 가는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는 현행법 위반”이라며 “대비태세를 유지하되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차원의 소통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북전단을 비공개로 날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단체 관계자는 “남측이 전단을 비공개로 보낼 때는 북한도 반응하지 않았다”며 “굳이 전단 살포를 공개해 상황을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