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병원 교회 원목 충원이 중단되고 의료선교도 연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병원교회와 원목실 관계자들은 “의료진 파업으로 환자 수가 줄면서 병원 사역도 축소되고 있다”면서 “코로나로부터 회복되던 병원 사역이 의사들 휴진으로 회복이 늦어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 매주 출석 인원 100명 수준이던 서울대학병원교회는 코로나를 거치며 예배 참석 인원이 20명대로 급감했다. 코로나로 병원 출입이 여의치 않자 서울 주요 대학병원 교회들은 예배를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이 4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이런 상황은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면 휴진을 결정하면서 병원 선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은 새로운 환자를 받지 못해 재정상·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원목실은 돌볼 환자가 줄면서 침체 국면에 처해 있다. 병원 재정 악화는 인력 충원의 문제와 직결된다. 서울 소재의 대학병원 행정 업무 관계자 K씨는 “원목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예산 절감의 문제로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원실 심방, 수술실 기도 등의 사역을 담당할 협력교역자 초빙도 부족한 예산 문제로 표류 중”이라고 전했다.
의료계 총파업은 의료진이 직접 투입되는 의료선교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 B교회는 다음 달 미얀마로 가는 의료선교 일정을 취소하고 라오스 본진에 합류하기로 했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의료진 모집이 어려워지자 일부 의료선교를 멈추기로 한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의료 파업으로 의료진의 선교 신청이 적어지며 선교가 멈추게 됐다”고 밝혔다.
필리핀으로 의료 선교를 준비하던 C선교단체 역시 선교를 잠정 중단했다. 이 선교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발생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선교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선교단체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 파업 영향으로 의료진이 개별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선교 인원 모집이 완료된 선교단체도 의대생 신청자가 적은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의료선교 D단체 관계자는 “모집 인원에 의대생뿐 아니라 간호대·한의대·약대 학생들이 포함돼 모집에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예년보다 모집인원 중 의대생이 적으며 애초에 지원자 자체도 적었다”고 했다.
이경희 서울·경기지구 원목협회 회장은 “의료진 파업으로 새롭게 오는 환자를 받지 못하면 병원뿐 아니라 병원 내 교회도 활성화되지 않아 위기가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코로나가 끝난 뒤 기독교 교세가 약화하고 봉사자가 단절된 상황”이라며 “고정 예배 봉사자가 없는 병원 사역에 한국교회의 관심과 손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