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터진 은행 거액 횡령사고, 내부 자정 믿을 수 있나

입력 2024-06-12 00:31

2년 전 700억원대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던 우리은행에 100억원 상당의 유사한 사고가 또 터졌다. 경남 김해 지점 A대리는 올 초부터 고객의 대출 신청서 등을 위조하는 식으로 1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빼돌렸다. A씨는 횡령한 돈을 가상화폐 등에 투자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오늘부터 우리은행을 현장검사하는데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공범 여부 등도 살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공분한 것은 대형은행인 우리은행이 소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이 당시 은행권 사상 최대인 약 71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도 거창하게 진행했다. 이번 사고는 이런 철저한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책임의식 결여에다 내부통제 및 윤리경영에 소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은행 측은 이번 사고를 지난 5월 초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해, 내부통제가 잘 작동된 사례라고 주장한다. 약 10년간 진행된 700억대 횡령 건에 비해 빨리 적발했다고 위안을 삼는 모양이다. 은행의 말단인 대리급이 5개월 간 별 제동 없이 100억대의 거액을 쉽게 빼돌린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금융 횡령사고의 경우 회수율이 10% 안팎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주주에게도 피해를 준다. 이러고선 어떻게 고객들에게 믿고 돈을 맡기라고 할 수 있나.

우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경남은행에서 부동산 대출 관련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올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에선 수백억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원들은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다. 고객 돈으로 편한 이자 장사를 하며 대형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성과급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혜택과 대접은 누리면서도 고객 돈을 빼돌리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다. 매번 은행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당국의 검사와 조치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흐지부지 되곤 했다. 단순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와 윤리 교육을 넘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