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쌍방울의 불법 대북송금 실체를 인정하면서 검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제3자 뇌물 혐의’ 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유죄로 명분을 확보한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한 수원지법 형사11부 1심 판결문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고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을 또 다시 청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불구속 기소에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을 주도록 하는 경우 성립되는 제3자 뇌물 혐의 입증 여부다.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의 보고를 받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수원지법은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 요청에 따라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164만 달러)과 이 대표 방북 비용(230만 달러)을 북한에 불법 송금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치적 위상 제고’를 위해 이 과정에 개입했다고 본다. 이 대표가 대북사업 등이 유엔 제재로 막히자 북한에 돈을 줄 방법을 찾게 됐고, 결국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납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대북 사업 경과를 보고하고, 이 대표가 결재한 문건 등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중국 출장 결과를 보고한 문건도 확보했다.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열린 쌍방울과 북측 간 협약식 만찬에서 이 대표가 김 전 회장과 통화하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게 김 전 회장 주장이다. 전화는 이 전 부지사가 바꿔줬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우리 소원은 통일, (이재명) 대통령 만들어야 할 것 아니야”라고 외치는 동영상 등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승인 없이 대북 송금을 홀로 추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수원지법은 1심 판결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이 인정된 것은 검찰에 유리한 지점이다.
반면 이 대표는 “보고 받은 적 없다” “이화영이 전결 처리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김 전 회장을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이라 칭하며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의 향후 진술 태도도 주목된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에서 쌍방울 대납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 이후 “검찰 회유로 허위 진술했다”고 입장을 바꾼 뒤 함구하고 있다. 수도권 한 검찰 간부는 “이 전 부지사가 입을 열지 않으면 홀로 모든 것을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