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가치를 따라 남을 돌보는 삶 살아요”

입력 2024-06-10 03:02
기독대안학교인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재학생들이 2022년 제주도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플로깅 행사 도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유라씨 제공

그들은 왜 대안학교, 그중에서도 기독대안학교를 선택했을까.

“공동체 정신은 제대로 겪기 전까지는 그 진가를 모르거나 추상적인 가치 중 하나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학교 구성원과 한 지붕 아래서 사는 법을 훈련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괴롭고 고되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의 소통·갈등해결 방법을 배웠어요.”

기독대안학교인 멋쟁이학교 졸업생 이여빈(34·교육 관련 스타트업 근무)씨 얘기다. 졸업생들이 꼽은 기독대안학교의 장점은 이씨의 경험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독교에 뿌리를 둔 공동체성 함양이 일반학교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구별점이다. 이밖에 신앙훈련과 다양한 교과 활동도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혔다. 반면 일반학교에 비해 입시의 문턱이 높다는 점과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은 감내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공동체·신앙·인격 훈련의 요람

국민일보는 이달 초 이씨를 비롯해 짧게는 3년 길게는 12년 동안 기독대안학교를 경험한 졸업생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를 졸업한 윤세은(24·간호사)씨는 “매일 아침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시간과 성경 통독하는 시간을 통해 신앙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서 “아울러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 플래너(계획표)를 작성하는 습관은 능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줬다”고 자평했다.

기독대안학교 자체적으로 꾸리는 맞춤형 커리큘럼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샘물고등학교를 졸업한 임한결(24)씨는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호스피스 봉사와 학교 축제를 기획·진행했던 기억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서 “학교가 학과 교육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지만 공부 이외 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임씨는 이런 경험이 인격을 형성하는 청소년 시기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축복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한 예술학교에서 미술과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좁은 입시문턱에 허덕이기도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 중에는 교육부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 곳도 있어 수시 지원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일부 대학은 검정고시를 수시 전형으로 받아주지만 일반 학교에 비해 입시의 문이 좁다. 재학생들은 고등학교 재학 중 일찌감치 검정고시를 통과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올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대학 새내기가 된 강유라(19·은혜의동산기독교학교 졸업)씨는 “제가 다녔던 학교는 수시 지원이 불가능해 고등학교 1학년 때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3년간 수능을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대안학교는 다양한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전교생 수가 적다 보니 사소한 불화나 소문에도 학년 전체가 영향을 받고 동요될 수 있는 취약성을 지니기도 한다. 임씨는 “몇몇 학생에게는 (기독대안학교의) 작은 공동체가 불편한 곳일 수도 있다”면서 “또 일부 학교에서는 예체능 전공생을 제외하고 사교육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대안학교 편견은 이제 그만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편견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장한(42)씨는 “제가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선 대안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면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일반 학교에 안 간 건가 하는 편견도 존재했다.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과 인식 개선을 통해 명실상부 인정받는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졸업생들은 기독대안학교에서 배운 가치를 구현하는 데 애쓰고 있었다. 이씨는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수고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많은 젊은이가 진리에서 떠나 각자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회가 도래한 것 같아 경각심이 들 때가 있다”면서 “옳다고 믿는 것도 없고 수고도 하지 않으면 편한 삶을 살 수 있겠지만 기독교 가치를 따라 남을 돌보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초등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강씨는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해 학교 폭력이나 각종 위기에 노출된 아동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안학교에서 배운 기독교 정신을 따라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삶을 사는 것이 꿈”이라고 소개했다.

유경진 최경식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