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물풍선이 초래한 확성기 재개… 긴장 격화는 피해야

입력 2024-06-10 00:30
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합동참모본부 제공

정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어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측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건 6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우리 국민의 불안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북측의 도발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남측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에 이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양쪽 모두 강대강 대치로만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런 사태가 초래된 데에는 북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 북측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지난달 말 남측을 향해 오물풍선을 날리고 위성항법장치(GPS) 전파를 교란시켰다. 이달 초에도 같은 도발을 한 데 이어, 8~9일에도 수백개의 오물풍선을 날렸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건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에게 인적, 물적 피해를 주는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 등에 차질을 주는 GPS 교란을 하는 건 도를 넘은 도발이다. 국민들이 앞으로 풍선에 생화학무기가 포함될 수 있다거나, GPS 교란으로 대형사고가 생길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고육지책으로 확성기 방송까지 꺼내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확성기 방송 재개를 빌미로 북측이 더 강도 높은 도발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북측은 2015년 목함지뢰 폭발 사건 뒤 우리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에도 남측에 포격을 가했었다. 특히 연이은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으로 우리 측의 확성기 방송을 유도한 뒤 이를 핑계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짜여진 각본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북측의 군사적 도발을 경계해야 한다. 또 사이버 해킹이나 국가기간망 교란 등의 비군사적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진 만큼 그들의 안전을 챙기는 일에도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로선 남북 간 긴장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북측의 도발에는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 시도는 꾸준히 해야 한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도 전단 살포를 형사처벌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접경지 주민 안전과 남북 간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은 정당하다고 한 만큼 정부가 이들 단체에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필요도 있다. 단체들 스스로도 접경지 주민 안전을 생각해 더는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측이 자칫 상황을 오판해 중·고강도 도발이라도 감행한다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