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댁’ 박미란(53) 제주 구좌제일교회 사모는 섬마을 영혼 구혼을 꿈꾸며 28세에 제주도에 내려왔다. 남편 황호민 목사가 제주도 사역을 결정했을 때 당황스러워 눈물까지 났지만 ‘제주도에도 하나님이 계신다’는 설득에 용기를 냈다.
제주 환경과 방언이 낯설었던 박 사모에게 큰 위로가 된 것은 제주노회 교역자부인회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제주노회 소속 150개 교회 사모들이 모인 부인회는 사모들에게 안식처이자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대나무 숲’이었고 무엇보다 기도의 터전이었다.
박 사모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주 주민들의 무뚝뚝한 말투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거친 바람과 습하고 오락가락한 날씨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가족도 친구도 먼 곳에 두고 와 외로움도 컸다”며 “하지만 같은 마음으로 제주를 품고 사역하는 사모들의 동역이 있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사역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어느덧 태어난 고향보다 제주에서 산 시간이 더 많아진 그는 이제 33대 회장으로서 다른 사모들을 돕고 있다. 부인회는 두 달에 한 번씩 모여 예배하고 기도한다. 또 사모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홀로 된 사모와 은퇴사모도 섬기고 있다. 성도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보자기 공예, 성경책을 꾸미는 표지 만들기 등 취미활동을 하거나 도외선교탐방을 하는 등 힐링의 시간도 가졌다.
박 사모는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기도하는 사모들의 모임’(Moms in prayer·MIP)을 만들었다”면서 “자녀 다음세대 제주 그리고 열방과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삼겹줄로 서로의 사역을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토착 신앙이 강하고 특유의 친족 문화가 있어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교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예수 믿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주에서 33년간 사역하고 내년 은퇴를 앞둔 오효선(69) 제일행복한교회 사모는 “예전에 한 성도가 중병에 걸렸을 때 친척들이 몰려와 ‘교회에서 어떻게 기도했길래 아프냐’며 따진 적이 있었다”며 “그때 마음이 참 힘들었지만 하나님이 그 성도의 병을 고쳐주셨다. 어디에서도 우리를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새삼 깨닫고 행복하게 사역하고 있다”고 은혜를 나눴다.
아직도 ‘복음의 불모지’로 불리는 제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교회들의 연합이 활발하다고 한다. 사모들은 “여전히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 교회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것”이라며 ‘선교지’ 제주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제주 사모들이 용서와 치유의 등불로 제주 주민을 끌어안고 기도하는 ‘영적 어머니’의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제주 교회가 하나 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