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입력 2024-06-10 03:06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던 중 여리고에서 시각장애인 거지 바디메오를 만납니다. 바디메오는 길가에 앉아있다가 나사렛 사람 예수가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예수를 소리쳐 부릅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더 크게 예수님을 부릅니다. 예수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바디메오를 부르셨고 바디메오는 용기를 내어 예수 앞에 섭니다.

예수께서 바디메오에게 묻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바라느냐” 내면의 갈망을 건드리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바디메오는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선생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께서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고 말씀하셨고, 그 즉시 그는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디메오는 주저 없이 예수가 가시는 길을 따라 나섭니다. 이 바디메오 사건은 마가복음(10:35~45)의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와 정확하게 대비되는 말씀입니다.

마가복음 8장 27절에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면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고난받고 돌아가실 것에 대해 예고하시는 장면이 세번이나 나옵니다. 그러나 세번 모두 제자들은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예고 직후에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 청을 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일종의 청탁이지요.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이 질문은 예수께서 바디메오에게 하신 질문과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야고보와 요한은 자기들이 청하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 채(막 10:38) 자신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들은 예수께서 마시는 잔과 그가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예수께서 마시는 잔은 고난의 잔이고 예수께서 받는 세례는 죽음의 세례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다른 열 제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이고 섬김의 길인데 제자들은 예수를 정치적인 메시아로만 이해하고 능력 많은 스승을 통해 어떤 특권과 권력을 잡으려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육신의 눈은 멀쩡했지만 영의 눈은 멀어 있었습니다.

반면에 바디메오는 자신이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바로 알고 있었고 올바로 청했습니다. 그의 바람은 주님께서 바라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육신의 눈을 떴을 뿐 아니라 영의 눈을 떴습니다. 앞에 계신 분이 자신의 스승이며 구원자가 되실 분임을 단박에 알아봤고 그 즉시 예수께서 가시는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참 제자가 된 것이지요. 물론 실수투성이고 하찮았던 제자들도 부활의 예수님을 다시 보게 된 이후 참 제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하여주기를 바라느냐” 주님께서 지금 물으신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주님은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요14:14)고 말씀하십니다. 에고의 욕망에 따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마음에 합하여 구하는 것은 모두 이뤄집니다.

주님께서 “내가 네게 무엇을 해주길 바라느냐”고 물으시면 이렇게 대답합시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홍보연 목사(서울 맑은샘교회)

◇홍보연 목사는 서울 서대문구 맑은샘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등에서 실무자로 일해 왔으며 현재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원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