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은 월초에… 식료품업계 ‘신종 관행’?

입력 2024-06-07 03:21

식료품 업계가 물가 통계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제과업체인 롯데웰푸드는 가격 인상 시점을 한 달가량 미루다 지난 1일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도 지난달 말 조정하려던 가격을 지난 4일에야 인상했다.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요청에 월별 물가 통계 집계 시점을 회피하기 위해 시점을 늦춘 것이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업계에 ‘신종 관행’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체들이 가격 인상 시점을 늦춘 건 조금이라도 물가 오름폭을 낮추기 위해서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상승률은 각각 2.0%, 2.8%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물가에서 롯데웰푸드의 인상 폭이 빠졌다. 마찬가지로 외식 물가에서는 제너시스BBQ의 가격 인상분이 제외됐다.

식료품 업계가 가격 인상 시점을 조정하는 일은 최근 들어 ‘관례’가 됐다. 통계청이 가공식품 물가를 조사하는 매달 10~20일은 피한다고 한다. 그래야 정부한테 ‘덜 찍힐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직이 직접 업계를 찾아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가공식품과 외식에 특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물가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이다. 통계청은 물가 통계를 산출할 때 품목이나 분류별로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다. 두 품목은 체감도가 큰 먹거리라는 점에서 가중치가 높다.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보니 정부가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등 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에 찍혀서 좋을 게 없다”고 전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