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이사 등 다른 대기업 경영진들도 최근 부쩍 자사주 매입에 열심이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비슷한 행보다. 투자자들에게 실적 개선 시그널을 주거나 책임 경영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노 사장은 지난 3일 주당 7만3500원으로 삼성전자 주식 5000주를 샀다. 총 매입금액은 3억6750만원이다. 노 사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2022년 3월 이후 약 2년3개월 만이다. 이로써 노 사장의 보유주식 수는 1만3000주에서 1만8000주로 늘었다. 노 사장을 비롯해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과 정재욱 삼성전자 부사장도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들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은 엔비디아 등 미 빅테크 기업들의 자신감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미 S&P500 소속 기업들은 올 1분기에 총 1812억 달러(약 247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6%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파리에서 예정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앞두고 흥행에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실적 개선보다는 책임 경영에 방점이 찍혀있다. 예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이른바 ‘먹튀사태’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지난달 16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2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4일 뒤 카카오 주식 2098주를 주당 4만6800원으로 매입했다. 총 매입금액은 9818만6400원이었다. 그러나 카카오 주가는 이후 하락세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달 2일부터 지난 3일까지 HD현대 주식 34만8348주를 매수했다. 취득 규모만 234억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준비하면서 지주사의 가치를 높이기 자사주 매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책임 경영과 함께 지배구조 공고화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는 주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영진들이 현재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 미래 성장이 기대될 때 자사주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엔비디아 젠슨황 최고책임자(CEO) 발언 등에 힘입어 경영진 자사주 매입 이후 2.79% 올랐다.
하지만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장기적인 수급 측면에서는 주가부양에 큰 효과는 보기 힘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6일 “자사주 소각과 달리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언젠가 다시 이들이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