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마치자마자 2주간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 회장이 장기간의 미국 출장에 나선 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주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기업 CEO 및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갖는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갤럭시 스마트폰 홍보맨’을 자처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글로벌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지난 4일(현지시간) 만나 미국에서 갤럭시 신제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베스트베리 CEO와 올해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 신제품(Z 시리즈) 관련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버라이즌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갤럭시 인공지능(AI)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식의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로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 중이다.
이 회장은 또 베스트베리 CEO와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버라이즌 고객 대상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대 협력도 논의했다(사진). 이 회장은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매일 분 단위로 나눠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기간 중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관계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1주년(7일)이 다가온 가운데 이 회장의 직접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전자의 판로를 확대하고 위기까지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세일즈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새 사령탑에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과 DS 부문 사업부장들도 이 회장과 함께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