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 ‘채상병 사건’을 재검토한 첫 보고서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가슴 장화’ 착용을 지시하는 등 안전한 수색활동 의무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해병대 수사단뿐만 아니라 조사본부도 임 전 사단장에게 “범죄 정황이 있다”고 봤던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조사본부가 최종적으로 혐의자를 6명에서 임 전 사단장을 뺀 2명으로 줄인 배경을 수사 중이다.
전날 조사본부가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채상병 사건 관계자별 범죄단서 정황 판단’ 문건을 보면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이 지난해 7월 18일 현장지도 당시 ‘(물가에) 내려가 수풀을 헤치고 찔러 봐야 한다.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거론했다”고 적었다.
또 임 전 사단장이 “병력 투입 안 시키고 뭐 하냐” 등 작전을 재촉해 안전한 수색 활동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티 입고 작업”을 지시하는 등 안전장비 준비 등 업무를 게을리 한 점도 ‘범죄 단서 정황’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임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 사진을 보고받고서도 ‘훌륭하게 공보업무를 했다’며 외적 군기에만 관심을 뒀다”는 언급도 있었다.
조사본부는 전체 13쪽 보고서에 8명에 대한 판단을 적었는데 임 전 사단장 부분을 약 3쪽에 걸쳐 조목조목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6명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봤고 초급장교 등 2명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8월 14일 작성됐는데 8월 21일 최종 발표에서는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지목됐다. 공수처는 혐의자 축소 배경에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은 없었는지 수사 중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최초 조사가 이첩 후 회수된 시기 13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을 두고 ‘거짓말 논란’도 일고 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지난해 8월 1~8일 이뤄졌다. 신 장관은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신 장관은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 때 “제가 이 문제에 본격 개입한 게 8월 11일”이라며 “그전까지는 장관님 판단이나 엄정 수사에 방해될까 봐 전화를 안 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신 장관은 이날 “채 상병 사안에 대해 (이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며 “국방위 운영, 초급간부 여건 개선 등 다양한 현안에 관해 통화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성원 이형민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