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맞은 ‘전례 없던 금감원장’

입력 2024-06-05 03:32
이복현 금감원장이 3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7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간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며 속도감 있게 정책을 집행했다는 평가와 선을 넘는 발언 등으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외부에서 평가하는 이 원장의 존재감은 ‘A’ 학점에 가깝다. 윤석열 사단 막내로 ‘실세’라는 수식어와 함께 취임했고, 공매도·횡재세·금융투자소득세 등 쟁점마다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안을 발 빠르게 내놓는 등 실행력으로도 ‘전례 없던 금감원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며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업권 및 유관기관 간담회에만 134차례 참여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기자단과 진행한 백브리핑도 70회에 달했다. 이 원장은 올해 초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의견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개인 의견’도 수차례 내놓았다.

반면 실세 금감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권한 이상의 발언을 하거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원장은 4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는 (검사 출신인) 제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라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접점을 만들고 의견을 알려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소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이제 수능(임기)이 거의 안 남은 시점이다 보니 석차를 보느니 차라리 공부(일)를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라며 “퇴임할 때쯤 (스스로 몇 점으로 생각하는지) 답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는 ‘C+’ 점수를 매겼다.

공식적으로 남은 이 원장 임기는 1년이다. 매월 위기설이 나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안정화가 그의 최종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1년 반 넘게 끌어온 부동산 PF 안착 이슈가 가장 신경 쓰인다”며 “PF 구조조정과 자본시장 밸류업 등과 관련해 금융시장 안정과 더불어 금융 역량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