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2%대에 머물며 다소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배 가격이 1년 전보다 120% 넘게 오르는 등 과일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다. 석유류 가격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는 114.0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다. 지난 2∼3월 다시 3%대로 올랐던 물가상승률은 4월(2.9%) 2%대로 내려온 후 2개월 내리 2%대를 지켰다. 식료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4월보다 0.1% 포인트 내려간 2.2%를 기록했다.
하지만 식품 가격 고공행진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 5월보다 19.0% 올라 4월과 동일한 상승 폭을 유지했다. 특히 배(126.3%), 사과(80.4%)를 비롯한 신선과실(39.5%)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체감물가와 밀접한 품목들로 구성되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3.1% 올라 여전히 3%대 상승 폭을 유지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를 반영한 석유류도 같은 기간 물가가 3.1% 올랐다. 지난해 1월(4.1%)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다만 통계청은 기름값이 이달 이후로 다시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올랐던 국제유가가 지금은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는 2% 초중반대로 안정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둔화 흐름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물가 억제 조치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종료 예정이던 바나나 등 과일류 2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하고 업계에도 물가 안정 동참을 촉구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하반기에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