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은 국민대표, 당원 아닌 국회서 뽑아야” 쓴소리

입력 2024-06-05 00:25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를 일부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역대 국회의장들은 대체로 우려를 표했다. 보수정당 소속은 물론이고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들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는 게 현대 민주주의 체제인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다는 취지다.

민주당 출신으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전 의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원 민주주의가 활성화될수록 정당이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회의장은 당원들이 뽑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법과 헌법 정신에 따라 국회의장은 당직을 내려놓게 돼 있다. 그런 취지를 고려하면 국회의장은 국민들의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뽑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유효 투표 결과의 20%를 반영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당내 경선에 당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당원권 강화’ 조치의 일환이다.

문 전 의장도 당원권 강화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국회의장 선출은 ‘당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대표 선거에는 당원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좋다. 그러나 국회의장 선출은 당대표 선거가 아니다”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직접 의장도 뽑지 못하면서 삼권분립의 주체로서 어떻게 대통령을 견제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강성 당원들이 전체 당원은 아니다. 그것을 착각하면 안 된다. 당보다 더 큰 것이 국민”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17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장도 “입법부의 수장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뽑는 게 원칙”이라면서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당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과대한 확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전 의장(21대 전반기)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다만 김원기 전 의장(17대 전반기)은 “현역 의원들이 선출하는 기존 방식도 불합리하진 않지만 거기에 당원 지지도를 보태는 방안도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보수정당 출신의 전직 의장들은 보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출신의 김형오 전 의장(18대 전반기)은 “협치를 해야 하는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데 당원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것은 너무나 황당한 방식”이라며 “당원투표를 10%니 20%니 반영하는 것은 매우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얘기다. 국회의 관례와 전통, 법의 취지마저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출신의 박희태 전 의장(18대 후반기)도 “당원들은 국회의원을 통해 얼마든지 그 당에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당원들이 국회의원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3일 ‘당헌·당규 개정 관련 당원 토론게시판’을 개설했다. 게시판 예시 주제로는 당대표 대선 출마 사퇴시한, 국회의장단 후보자 선출 당원 참여 보장 등 안건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원 중심 대중정당’의 길로 나아가자”며 “당원 주권 강화를 위해 민주당이 해야 할 일부터 당의 운영과 당내 선거 과정에 관한 진솔한 의견으로 게시판을 채워달라”는 글을 올렸다.

김판 이동환 박장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