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사진) 검찰총장은 3일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해 “모든 사건에서 검사들에게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점을 늘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의혹을 규명할 것이라는 취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에둘러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원칙대로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장은 “수사팀이 재편된 만큼 수사 상황과 조사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리리라 믿고 있고, 그렇게 지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만 드린다”고 했다.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부터 직접 수사 경과 및 계획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이 수사 담당자인 부장검사에게 직접 보고 받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총장의 관심도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지난달 31일 재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목사는 검찰에 2022년 6월 김 여사와 처음 만날 약속을 잡을 당시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당시 샤넬 화장품 사진을 보내며 “은밀하게 전달만 하겠다”고 했고, 김 여사는 “한번 오시라”고 답해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사안의 진상 확인을 위해 김 여사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 발의에 대해 “이런 특검은 사법방해 특검”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 총장은 “수사 대상자가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특검”이라며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형사사법 제도를 공격하고 위협하는 형태의 특검이 발의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으로) 1년8개월간 재판을 받았고 오는 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며 “특검법 발의는 입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압박·회유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는 국회의원, 부지사, 킨텍스 사장을 지낸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중진”이라며 “어느 검사가 그런 분을 회유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에서 열린 신임 검찰 중간간부 전입 인사 자리에서 발언 끝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내용을 낭송하기도 했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단행된 검사장 인사로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 총장이 최근 심경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