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지방소멸 등이 한국사회의 주요 위기로 떠오르는 가운데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모듈형 주택’이 관심이다.
‘레고형 주택’으로 불리는 모듈형 주택은 전체 건축물의 약 80%를 공장에서 사전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레고 블록을 끼워 맞추듯 건축하는 방식이다. 빠른 시공 속도가 큰 장점이다. 한적한 시골에 세컨드하우스를 지을 때 고려하기 좋다. 공사 과정에서 탄소·폐기물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공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또 현장 작업이 적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모듈러 주택 기술을 개선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GS건설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는 최근 ‘자이가이스트 RM(리얼 모듈러)’을 출시했다고 4일 밝혔다. 당진공장에서 전체 공정의 80%를 시공하고 현장에서는 모듈을 결합해, 현장 시공은 1주일이면 끝난다. 전체 면적 58.60㎡로, 최근 정부의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1주택자가 인구소멸지역에 주택을 추가로 매입해도 1주택자와 동일하게 세금을 매기는 정책)에 대응한 중저가 소형 모듈러 주택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1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를 준공했다. 연면적 2347.63㎡ 부지에 다락방을 포함한 지상 1층 단독주택으로 전용면적 74㎡의 26가구 규모다. 특히 국내 최초로 총 11개의 철골 모듈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주택을 만드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모듈러 주택은 과거 운송·설치·접합 등 기술적 문제로 한 개 유닛으로 하나의 룸만 만들 수 있어 평면 구조가 단순한 원룸 및 기숙사 등 소형주택 제작에 머물렀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유닛 조합 설계’ ‘무용접 커넥터’ 등 기술 개발로 철골 모듈러 기반의 단독주택을 공급했다.
DL이앤씨는 표준 모듈러 유닛을 원하는 대로 골라 원하는 평면을 계획할 수 있는 ‘멀티 커넥션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를 활용하면 주방·거실·침실 등 고객이 원하는 유닛을 레고처럼 선택하고 조립·배치할 수 있어 개성이나 취향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듈러 주택 고층화 연구·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건축법에 따라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기준(화재 발생 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갖춰야 하는 등 조건이 엄격해 국내 모듈러 주택 높이는 12층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디자인, 신소재 적용, 정밀시공기법 등 R&D 및 시공 역량 확보를 위해 노력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13층 높이 모듈러 주택인 경기도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지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13층이라는 큰 허들을 한 번 넘어봤기 때문에 앞으로 더 높은 건물을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