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심려끼쳐 죄송… SK역사 부정 판결, 진실 바로잡을 것”

입력 2024-06-04 01:01 수정 2024-06-04 01:01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최근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사법부를 향해서는 SK그룹의 역사를 부정한 판결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최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SK와 국가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SK그룹 최고경영진 20여명이 긴급히 한자리에 모인 것은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세기의 이혼’ 항소심 대응 차원이었다. 노 관장의 완승으로 끝난 이후 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위기론이 확산하자 조기에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경영진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일부 CEO는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과 관련해 “노태우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라고 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이날 오후 대한상의가 주최한 ‘제22대 국회 환영 행사’에 판결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단과 함께 행사 시작 전 로비에서 참석자와 명함을 주고받으며 밝게 인사를 나눴다. 최 회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대표하는 단어를 봐도 모두 ‘저’ 아니면 ‘고’자가 붙는다”며 “저성장·저출생처럼 우리가 바라는 건 모두 ‘저’자가 붙고 고금리나 고물가처럼 피하고 싶은 건 모두 ‘고’자가 붙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모든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의미에서 ‘육각형 인재’라는 말이 유행”이라며 “이번에 당선된 의원님들께서도 위기극복뿐만 아니라 혁신과 소통, 통합 등을 두루 갖춘 육각형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펼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사가 끝난 뒤 판결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 해드릴게요”라고 말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최 회장은 이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서울상의를 비롯한 전국 70여개 지방상의 회장단과 만찬 회동까지 일정을 예정대로 모두 소화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