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 심해 기술 평가 기업에 심층 분석을 맡긴 뒤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 시추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중 최종 작업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윤 대통령 말대로라면 매장량은 140억 배럴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내놓은 야심작인데다 각종 수치가 구체적이어서 국민들은 놀라면서도 기대감이 크다. 이를 보여주듯 한국석유공사가 이날 상한가를 치는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한국은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수입액 중 원유와 천연가스의 비중이 20% 안팎이나 된다. 발표대로 동해 가스전이 개발돼 자급과 함께 해외 수출까지 가능하다면 무역·경상수지 개선이나 실물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기업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은 자료 조사 단계일 뿐이라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영일만 석유 발견’을 발표해 국민들이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지만 1년여 만에 개발이 중단됐다. 98년에도 정부가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했다고 했으나 2004~2021년 4500만 배럴의 가스만 생산한 채 문을 닫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가스전 개발 성공률에 대해 “20% 정도”라고 말했다. 석유·가스 개발 분야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부연했지만, 실패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철저하고 꼼꼼히 시추 작업을 벌이되 예단 없이 결과를 차분히 지켜 봐야 한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불투명한 국제 정세 및 공급망 상황을 고려해 동해 가스전 개발 외에도 자원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가스전 개발 실패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부가 최근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들과의 접촉을 통해 에너지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바람직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 희망에 50년 이상 지속된 일본과의 ‘제7광구’ 공동 개발이 내년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역시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가 호전된 지금이 협상의 적기다. 자원 빈국으로서 미래 에너지 확보는 또다른 경제 기적의 토대를 닦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