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펀드 2개를 해지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환급액을 보고 크게 낙심했다. 예상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돌려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3년간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A펀드와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B펀드에 돈을 넣었다. 이 기간 A펀드에서는 수익이 60만원 발생했고 B펀드에서는 70만원 손실을 봤다. 두 펀드에서 발생한 손익을 더하면 10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수익이 난 A펀드에서 9만원대 세금을 내야 했다.
김씨 사례는 일반 계좌로 금융상품을 거래한 투자자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일이다. 일반 계좌로 투자한 금융상품은 각 상품의 손익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 수익에 과세한다. 만약 김씨가 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로 A펀드와 B펀드에 투자했다면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ISA는 투자 실적을 전부 통틀어 계산하므로 순이익이 없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ISA 계좌를 만들기로 했다.
순이익에 최대 400만원까지 비과세
2016년 도입된 ISA는 ‘재테크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한 계좌로 예·적금, 펀드,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하면서 절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만 19세 이상 또는 직전년도 근로소득이 있는 15세 이상 국내 거주자라면 가입할 수 있다. 단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다.
ISA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세제 혜택이다. 소득 여건에 따라 비과세 한도를 차등 부여하고 있다. ISA 종류는 일반형과 서민형, 농·어민형으로 나뉜다. 일반형은 직전 연도 총급여가 5000만원을 넘거나 종합소득이 3800만원을 초과한 경우 대상이 되는데, 200만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ISA 가입 기간 2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300만원을 벌었다면 100만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서민형과 농·어민형은 비과세 혜택이 400만원까지 늘어난다. 서민형은 직전 연도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이 3800만원 이하일 때 가입할 수 있다. 농·어민형은 직전 연도 종합소득이 3800만원 이하인 농·어민 거주자 대상이다. ISA는 비과세 혜택 초과 금액에 대해서도 9.9%(지방소득세 포함)로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예·적금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원천징수되는 소득세가 15.4%임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이율이다.
앞서 언급된 손익통산도 절세효과를 높여주는 ISA의 주요 특징이다. ISA 내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상계한 뒤 순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특히 매매차익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해외주식형이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면 손익통산에 따른 절세효과가 더욱 도드라진다.
ISA는 비과세 및 저율과세 혜택이 있어 배당 또는 이자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상품을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외투자 ETF 외에도 고배당 주식이나 리츠, 인프라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애플 테슬라 등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는 불가능하다.
‘최소 3년’ 가입 기간 유지해야
ISA의 납입한도는 매년 2000만원이다. 5년 동안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또 연간 납입한도는 이월돼 누적되므로 첫해에 내지 않았다면 이듬해에 40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가입 이후 4년 차까지 납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5년 차에 1억원을 한 번에 낼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돈을 묶어두고 싶지 않은 투자자라면 ISA에 의무가입기간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비과세 등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3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중도 해지 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없고,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또 일반 계좌와 달리 ISA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대신 잘만 활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ISA 만기 금액을 연금계좌(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로 이체하면 이체한 금액의 10%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최대 금액은 300만원이다. ISA를 3년 주기로 해지해 연금계좌로 이체하기를 반복하면 3년마다 세제 혜택을 챙길 수 있다.
ISA 유형 중에서는 고객이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중개형 ISA’의 가장 인기가 많다.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으며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개인이 상품을 선택한 뒤 운용을 맡기는 ‘신탁형’,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임형’ 등이 있다.
정부, ISA 혜택 강화 발표
최강 혜택으로 무장한 ISA가 지금보다 더 혜택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1월 ISA 세제 지원 확대 방안을 내놓았는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지난달 폐기됐다. 다만 여야가 큰 이견이 없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ISA의 납입한도를 현행 연간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늘리고, 총 납입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배당 및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형·농어민형은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고자 한다. 또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해 기존에는 가입할 수 없던 금융소득종합과세자도 가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