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단기자금, 증권사 ‘파킹통장’ CMA로 몰린다

입력 2024-06-04 05:01

갈 길 잃은 단기자금이 ‘증권사 파킹통장’으로 불리는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Cash Management Account)로 모이고 있다. 연일 뚝뚝 떨어지는 은행권 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하루만 맡겨도 연 3% 수준의 이자를 주는 증권사로 눈을 돌린 것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발행어음형 CMA 잔고는 18조71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14조7828억원보다 4조원가량 급증했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형 CMA는 예치 기간에 따라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4곳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발행어음형 CMA는 가입한 증권사의 발행어음에 자동으로 투자해주는 게 특징이다. 투자자가 따로 매매하지 않아도 CMA 계좌에 돈을 넣으면 알아서 수시형 발행어음을 매수해준다. 일반 계좌로 수시형 발행어음을 매수하려면 최소 투자금액이 100만원 필요하지만, CMA 통장을 활용하면 1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발행어음형 CMA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현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형 발행어음의 금리는 평균 3% 수준이다. 최근 은행들의 파킹통장 수준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조건 없이 연 2.0% 이자를 주던 토스뱅크 통장 금리는 연 1.8%로 떨어졌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연 2.0~2.3%대다. 건전성·수익성 악화에 신용등급이 줄하락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파킹통장 금리도 최고 연 3.5% 수준이다.

증권사별로 수시형 상품의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연 3.25% 금리를 제공하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KB증권의 발행어음형 CMA 수익률은 2.90%이며, NH투자증권은 2.80%로 가장 낮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최대 4%인 약정형 발행어음에 가입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가 직접 CMA 통장에서 30일~1년 만기 상품을 매수하면 된다. 다만 만기형 발행어음을 가입한 뒤 중도 해지하면 약정수익률의 30~50% 정도만 받게 된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일반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점이다. 어음을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하면 이자와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만 발행하는 상품이어서 손실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발행어음형 CMA 가입 방법은 일반 증권 계좌를 만드는 방법과 동일하다. 증권사 영업점은 물론 홈트레이딩서비스(H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다. 기존에 CMA 통장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CMA 종류를 발행어음형으로 변경하면 된다.

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