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병원 인력의 40%… 열악한 근무 환경 바로 잡아야

입력 2024-06-03 02:10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100일 넘게 계속되는 전공의 집단 사직이 불러온 의료 대란은 오랫동안 누적됐던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필수의료 기피, 대형병원 쏠림, 열악한 전공의 근무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공의가 병원 인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장시간 노동하는 전공의를 기반으로 3차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증상 경중에 따라 1, 2차 병원에 적절히 분산되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기존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서울대의대 의학과 교수도 “경증 환자가 과도하게 상급병원에 쏠리면서 일으키는 과밀화 현상이 해소돼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 문제점이 해결돼 병원 기능이 정상화한다면 3차 병원보다는 1, 2차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가 충분히 긴 시간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자가 한 의사에게 오랜 시간 진료받을 수 있는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환자들이 한 병원에서 동일한 의사와 수 년간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치의 제도의 전제로 상급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환자는 1, 2차 병원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돼야 하고, 해당 병원에서 실손 보험 등을 이용한 재정 전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는 서울 내 상급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진형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선 1, 2차 병원과 3차 병원이 경쟁한다”며 “지역 의료의 시설, 장비 등을 개선해 더 좋은 의사들이 지역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하고, 환자 입장에서도 굳이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지역 의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