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표 흔들리면 당 무너질수도” 단일 → 집단 ‘지도체제’ 전환 목소리

입력 2024-06-03 01:20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이 오는 7~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앞서 지도체제 개편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따로 치르는 현행 ‘단일지도체제’ 대신 최다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을, 차순위 득표자들이 최고위원을 맡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대표 경선의 차점자 일부를 최고위원으로 포함하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지도체제가 개편되면 2016년 7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대표 한 사람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가다보면 당대표 한 사람이 흔들릴 때 당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된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도체제 개편 논의의 가장 큰 명분은 전당대회 흥행이다. ‘한동훈 대세론’을 의식한 다른 당권 주자들이 전당대회 출마를 주저하면 당 안팎의 관심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중량급 인사들이 2등 하려고 선거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안에 지도체제와 전당대회 선출 규정 개정을 논의할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용산(대통령실)과 당대표 의견이 다를 경우 (지도부의 다른 최고위원이)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도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려면 집단지도체제가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친윤계가 조직력을 앞세워 최고위원을 장악하면 한 전 위원장의 영향력을 차단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집단지도체제에서 갈등이 터지면 ‘봉숭아학당’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근혜정부 시절 새누리당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이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내분이 극에 달했다.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 참패 후 쇄신을 명분으로 지금의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할 경우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등을 놓고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