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리 박살낸 ‘오물 폭탄’… 불안 키운 北 2차 풍선 공습

입력 2024-06-03 02:10
보호헬멧과 방탄조끼 등을 착용한 군 장병들이 2일 인천 중구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북한의 오물 풍선 잔해를 지뢰탐지기로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일 남쪽으로 날려보낸 이른바 오물 풍선이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심 곳곳에 풍선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화학물질이나 폭탄이 함께 날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오후 10시25분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6가 인근 도로 화단에 오물 풍선 2개가 떨어졌다. 이튿날 오전에도 화단에는 풍선에 실려 온 종잇조각이나 담배꽁초를 포함해 군이 미처 수습하지 못한 오물이 나뒹굴고 있었다.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현정(47)씨는 “1일 오후 10시27분쯤 밖으로 나가보니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사방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군 관계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20~30분간 현장을 통제하고 풍선 내용물을 수거해갔다. 이 풍선은 아파트 단지와 상가가 몰려 있는 곳에 떨어졌다. 김씨는 “오물 풍선이 아니라 폭탄이 떨어졌으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인근 주택가에서도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전농동에 사는 성인제(63)씨는 “1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시립대 부근을 지나는데 통제가 돼 있기에 가 보니 오물 풍선이 있었다”며 “전단처럼 보이는 종이가 1m 너비로 바닥에 흐트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에 다니는 엄영민(24)씨도 “오물 풍선 안의 종이는 대부분 컬러 인쇄물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에도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안모(75)씨는 “이 동네에 수십년째 살고 있는데 북한 오물이 떨어질 줄 몰랐다. 떨어진 오물을 도로 가져가라고 북한에 다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세 차례 모두 1시간31분간 항공기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까지 서울·경기·충청·경북 지역 등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은 720여개다. 지난달 28, 29일 이틀간 날아온 풍선(260여개)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9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오물 풍선과 관련한 112 신고는 860건이다. 이에 군은 대남선전용 문구를 포함하는 등 특이사항이 있는 풍선에 한해 조사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풍선 내용물은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으로 파악됐다.

오물 풍선으로 피해를 본 경우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2일 오전 10시22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빌라 주차장에 풍선이 떨어졌다. 당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 앞유리가 깨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보상 규정이 없다”며 “피해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에서도 약관에 없는 일이라 천재지변에 준하도록 보험 처리를 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승연 윤예솔 한웅희 기자, 안산=강희정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