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심해지는 ‘신상 털기’… 린치로 흐를 위험

입력 2024-06-03 00:31

일반인 ‘신상 털기’가 도를 넘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온라인을 통해 특정인에 대한 신상이 공개된다. 때로는 부정확한 정보에 감정적인 댓글이 달리고, 여과 없이 빠르게 유포된다. 이는 여론재판과 린치(사적 제재)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 과도한 신상 털기,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지 우리 사회가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최근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 관련,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수사 대상에 오른 중대장의 이름 나이 학번 사진 등 구체적인 정보가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지난달 강남역 인근 발생한 교제 폭력 살인 사건 때는 가해자뿐 아니라 고인이 된 피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까지 이어졌다. 여성가족부가 고인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지난 3월에는 인터넷에 실명과 직통 전화번호 등이 공개되며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이처럼 일반인 신상 털기가 잇따르는 것은 SNS 등을 통해 각종 개인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검색도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일도 많아졌다.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분쟁 조정 건수는 666건으로 2019년(302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해킹이 아닌 인터넷 검색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위법 소지는 있다. 실제로 유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을 문제로 삼은 판례가 있다.

물론 중대 범죄자의 경우 신원을 마냥 보호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적 영역에서 가해자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신상이 유포되면서 사건의 본질과 관련 없는 선정성을 부추기기도 한다. 특히 믿거나 말거나 식의 왜곡된 팩트를 유포하는 행위는 범죄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부터 ‘죄인’으로 만들 수 있다. 이후 그릇된 사실임이 드러나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경우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허위사실은 물론 사실을 적시한 내용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공개된 정보라도 수사 목적 정도를 제외하면 ‘개인정보 프로파일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개인 정보 유포와 사적 제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