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부터 경남까지 오물풍선… ‘공습예비경보’ 문자에 깜짝

입력 2024-05-30 01:11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풍선’이 발견된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야산에서 군 장병이 29일 각종 쓰레기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수거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에 대남 풍선 내용물이 어지럽게 쏟아져 있는 모습. 합동참모본부는 강원·경기·충청·전라·경상도 등 전국에서 200개가 넘는 풍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뉴시스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이 정부서울청사 옥상을 비롯해 서울 도심에서 다수 발견됐다. 경기·강원도 일대는 물론, 멀리 영호남 지역에서도 발견돼 지역 주민의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청은 전날 오후 9시부터 29일 오후 5시까지 오물 풍선과 관련해 29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오물 풍선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옥상과 바로 옆 외교부 청사 인근 거리에서도 발견됐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쯤 정부서울청사 옥상에서 “이상한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찰관이 풍선 잔해를 발견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와 종로구 초등학교, 마포구·영등포구 일대에서도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 노원구 중학교 주변에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풍선은 ‘펑’ 소리와 함께 터졌고, 그 안에 가축 분뇨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에도 이날 오후 2시까지 총 82건의 오물 풍선 발견 신고가 들어왔다. 전날 오후 11시 1분쯤엔 경기도 동두천시 하봉암동 한 단독주택 마당에서 오물 풍선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50㎞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도 이날 오전 한 포도밭 주인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오물로 보이는 쓰레기가 비닐하우스를 파손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남 거창군에서도 오물 풍선을 주민이 신고했다. 충북 충주 살미면과 제천 금성면에서도 이날 오후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에 지난 28일 오후 11시34분쯤 파주·고양·연천·의정부·포천·남양주·동두천·양주·수원·오산·평택·용인·안성 등 도내 13개 시·군에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 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경기도]’ 라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그러나 재난문자의 영문 내용인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문구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난문자를 접한 도민은 “Air raid(공습)는 주로 적 항공기가 폭탄을 투하할 때를 말하는 건데 외국인들은 더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삐라를 담은 풍선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군단에서 전날 오후 10시47분 북한의 대남전단 ‘관심’ 단계와 관련한 통화를 했고, 이어 오후 11시가 넘어 수도군단에서 문자 발송이 필요하다고 해 내부 검토를 거쳐 재난문자를 보냈다”며 “문자 내용은 군 측이 보낸 내용을 거의 그대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전관리실 관계자는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른 문자 발송이라 경기도에서 군이 보낸 내용을 가감할 수 없지만 이번 경우에는 ‘Air raid’가 어울리지 않는 만큼 이를 개선하거나 구체화한 다른 용어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의정부·거창=박재구 강민한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