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트라우마 평생인데… 여전히 갈 길 멀어”

입력 2024-05-30 01:20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지난달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헌화 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을 공포한 것을 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일부 유족은 가족과 지인을 잃은 트라우마는 평생 계속된다면서 참사 피해자를 지속해서 지원하는 국립 트라우마센터의 기능 강화를 거듭 요청했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가 대형 재난에 대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은 당초 지난달 15일까지였던 세월호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유족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전 위원장은 “지금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아픔을 호소하고 있는 분이 많다. 미국에선 9·11테러 피해자들에게 사실상 종신 지원을 법으로 보장한다”며 “평생의 아픔을 안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길게 지켜봐주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월호 피해자 다수는 참사 발생 10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세월호 피해자는 2016년 43명에서 지난해 142명으로 늘었다. 치료 건수도 같은 기간 288건에서 1412건으로 급증했다.

비교적 치료가 빠른 외상 치료와 비교해 정신과 치료는 정해진 치료 횟수나 명확한 완치 기준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유족은 정부의 의료비 지원 기한이 5년으로 제한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성욱 세월호유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은 “참사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난 피해자나 유가족도 있다”며 “트라우마 치료는 주기가 없어 지속적인 의료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참사 피해자를 위한 트라우마센터에 대한 지원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은 “약속된 5년이 지나고 다시 트라우마 증상이 악화한다면 또 치료비 지원을 연장해야 하고 연장을 위해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별로 이뤄지는 트라우마센터 운영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한시 치료비 지원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고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62)씨도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국가가 트라우마센터를 책임지는 것은 참사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의 치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웅희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