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생사 넘나들었다… 환자 최우선으로 해야”

입력 2024-05-29 00:04
대구 경북대병원의 한 병동이 28일 폐쇄돼 흰 천에 싸인 집기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경북대병원은 진료 공백으로 인한 재정난으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이 100일을 넘기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됐다. 환자들이 겪은 100일의 시간을 묻는 말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수술·외래 지연 등 직접 나타나는 피해도 문제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암 환자에게 빠른 진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방사선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진단이 지연되면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김 대표는 28일 “환자들을 상담해보면 100일 전까지만 해도 30회 예정했던 방사선 치료를 10회로 줄이고 강도를 높인다거나, 수술을 한 뒤 ‘방사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끝내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된 일도 아니고, 불과 100일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하던 것들이 다 뒤바뀐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실시하면서 큰 혼란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데 현재 상태로는 하나같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항암을 하다가 내성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항암제를 바꿔서 다른 치료제로 해보는 등의 노력으로 연명하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의사가 ‘치료를 더 해봅시다’라는 말 대신 ‘의사가 없으니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라’고만 안내하다 보니 환자들이 절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4년 전 전공의들이 파업했을 때도 환자단체가 보건복지부에 ‘나중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 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환자들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조사하고 전공의들은 더 이상 다른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환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 즉각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