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100일을 넘기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됐다. 환자들이 겪은 100일의 시간을 묻는 말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수술·외래 지연 등 직접 나타나는 피해도 문제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암 환자에게 빠른 진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방사선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진단이 지연되면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김 대표는 28일 “환자들을 상담해보면 100일 전까지만 해도 30회 예정했던 방사선 치료를 10회로 줄이고 강도를 높인다거나, 수술을 한 뒤 ‘방사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끝내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된 일도 아니고, 불과 100일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하던 것들이 다 뒤바뀐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실시하면서 큰 혼란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데 현재 상태로는 하나같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항암을 하다가 내성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항암제를 바꿔서 다른 치료제로 해보는 등의 노력으로 연명하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의사가 ‘치료를 더 해봅시다’라는 말 대신 ‘의사가 없으니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라’고만 안내하다 보니 환자들이 절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4년 전 전공의들이 파업했을 때도 환자단체가 보건복지부에 ‘나중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 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환자들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조사하고 전공의들은 더 이상 다른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환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 즉각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