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교회마다 교육전도사 모시는 게 큰 숙제라는데…

입력 2024-05-29 03:04
한 신학대 홈페이지 청빙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교육전도사 청빙’ 구인 광고 내용. 홈페이지 캡처

주요 신학대 인터넷 홈페이지 ‘청빙 게시판’에는 ‘교육전도사를 모신다’는 공고가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제때 청빙하지 못해 게시물을 다시 올리는 ‘끌어올림’ 게시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교육전도사나 부목사 등 부교역자 청빙이 통상 연말에 이뤄지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같은 수시 공고는 낯설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일반적인 일이 됐습니다. 시기를 가리지 않고 교육전도사 청빙 광고가 올라온다는 건 교육전도사 이동이 잦다는 걸 짐작케 합니다.

사실 교회마다 교육전도사 모시는 게 큰 숙제라고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교회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 총회 산하 신학대학원만 11개에 달할 정도인데 도대체 왜 교육전도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걸까요.

교회 일각에서는 “MZ세대 신학도들의 목회자 소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교육전도사들이 사역보다는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알바(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는 볼멘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전부만은 아닌 듯합니다.

최근 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소장 성석환 교수)가 ‘한국교회, 공정을 말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교회 안에서 빚어지고 있는 여러 ‘불공정’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A씨는 “교육전도사들이 좋은 조건만 찾는다거나 알바가 편하다거나 더 많이 벌 수 있어서 사임한다는 지적과 비난에 동의할 수 없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목회자 훈련생인 교육전도사의 업무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진행돼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업무 지시는 명령이 아니라 요청을 해 주셨으면 한다”면서 “교육전도사들이 거절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러 명령이 이어지면 사명은 사라지고 헌신도 어려워지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의 호소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 양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 명령이 만연한 건 아닌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기성세대 목회자들 대다수는 이런 환경 속에서 훈련받은 뒤 현재 교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사회 전체가 ‘소통’을 강조하는데 여전히 교회에선 ‘상명하복’ 문화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세미나에선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교역자 사례비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는 현장에서 “부교역자 사례비도 10여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육전도사 청빙이 어려운 문제를 두고 교계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순종은 미덕’입니다. 이는 교회의 오랜 전통이고 지켜나가야 할 문화일 수 있습니다. 다만 교육전도사만, 혹은 부목사만 따라야 할 순종이어서는 안 됩니다. 담임목사부터 장로로 이어지는 ‘내리 순종’의 문화가 솔선수범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미덕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