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제자들과 길을 걸어가실 때
태어날 때부터 눈먼 한 사람이
길가에 앉아 처량하게 구걸하네
이때 궁금한 제자들이 예수님께 묻네
저 사람이 날 때부터 맹인이 된 것은
자기 자신 때문입니까, 부모 때문입니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대답하시네
그 누구의 죄도 아니다
그에게서 하나님의 일이 드러나게 하려는 것이다
아직 낮이므로 일할 수 없는 밤이 오기 전에
나를 보내신 하나님의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예수님은 땅에 침을 뱉은 뒤
진흙을 이겨 맹인의 눈에 바르시네
실로암 연못으로 내려가서 눈을 씻어라
맹인이 그대로 하자 즉시 눈이 뜨여 밝히 보였네
예수님의 공생애 후반기인 유대 사역 중에 일어난 사건이다.(AD 29년 여름쯤·요 9:1~12) 숱한 시각장애인 치유 중 이 사건은 태어날 때부터 눈먼 자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팔레스타인 지역 특성상 광야의 먼지나 모래로 인해 안질 환자가 많았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눈이 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눈이 먼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게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물은 것이다. 유대인들은 몹쓸 질병을 죄의 결과로 여긴다. 이때 예수님은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닌, 하나님의 일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답변하면서 자신을 ‘세상의 빛’으로 소개하신다. 과연 세상의 빛답게 그 장애인에게도 빛을 주신다. 시각장애인이 눈에 발라진 진흙을 씻은 곳은 실로암 연못이다. 이곳은 예루살렘 성전 남동쪽 기드론 골짜기와 접하는 티로페온 계곡의 인공 연못이다.